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전체 글 2635

영웅(감독판 블루레이)

중국이 우리의 발해성벽까지 만리장성의 연장이라고 역사를 왜곡하는 장성공정을 벌여 공분을 자아낸다. 진의 시황제가 북방 오랑캐를 막기 위해 쌓은 만리장성을 처음 가봤을 때 사진이나 TV에서 본 것과 달리 얕으막한 높이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가까이 보면 실망스런 이 건축물이 멀리 떨어져보면 우주에서도 보일 만큼 장대하다. 장예모 감독의 ‘영웅’(2002년)은 만리장성 같은 작품이다. 장 감독의 첫 액션영화인 이 작품은 단순 무협물로 보이지만 한걸음 떨어져보면 중국 역사를 꿰뚫는 기본적 흐름과 사상이 녹아 있다. 조각난 중국 대륙을 통일하려고 주변국을 침략한 진시황제를 암살하기 위해 네 명의 무사들이 주도 면밀한 계획을 세운다. 시황제에게 짓밟힌 조국을 대신해 뭉친 이들의 계획은 뜻밖에도 내부에서 ..

프리즌 (블루레이)

나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프리즌'(2016년)은 살인, 마약 밀수 등 각종 범죄의 진원지가 알고 보니 교도소였다는 깜찍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교도소에 갇힌 죄수(한석규)가 재소자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를 조종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주범이 사회가 아닌 교도소에 갇혀 있다 보니 수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죄수는 오히려 교도소를 아지트삼아 바깥세상에 있는 것보다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지낸다. 어찌 보면 법의 보호를 받는 셈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완 경찰(김래원)이 죄수의 신분으로 위장 잠입해 범죄의 전모를 캐는 내용이다. 간혹 외신에서 중남미 마약왕들이 감옥에서 호화롭게 편안하게 지내며 각종 범죄를 교사한다는 뉴스를 더러 봤다. 하지만 치안 부재의 중남이에서나..

헐크(4K 블루레이)

우리나라에 헐크를 먼저 알린 것은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TV 시리즈였다. 마블 코믹스가 국내에 나오지 않았기에 스탠 리가 그린 만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특히 헐크가 초록색 괴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국내 방영됐던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는 흑백 방송시절이어서 헐크가 초록색일 줄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흑백의 이미지가 헐크를 훨씬 더 위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본 초록색 헐크는 무섭다기보다 왠지 우스꽝스러웠다. 당시 헐크는 국내 TV에서 마땅히 볼게 많지 않던 시절이라 열심히 보기는 했지만 '600만불의 사나이'나 '원더우먼' '소머즈' 등에 비하면 별로 인기가 없었다. 아무래도 못생긴 괴물이 주인공이고, 헐크가 활약할때까지 못난이처럼 당하..

제로 다크 서티(4K 블루레이)

2011년 5월2일 미국이 실시한 '넵튠 스피어' 작전은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이었다.이를 위해 미 해군 특수전 부대인 네이비실 중에서도 최고 정예인 6팀, 약칭 데브그루(Devgru)인 미 해군특수전개발단 대원 24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칠흙같은 밤, 미군의 비밀 병기인 스텔스 헬기 2대에 나눠타고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로 날아갔다.사전에 파키스탄 정부에도 알리지 않고 대원들도 작전 당일까지 목표가 누구인지 모를 만큼 철저하게 은폐된 비밀작전이었다. 아보타바드의 주택을 급습한 대원들은 약간의 총격전이 있기는 했지만 30분만에 빈 라덴과 그의 아들을 사살했다.이후 대원들은 빈 라덴의 시신을 가져갔다. 이 과정은 대원들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위성으로 ..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블루레이)

증국상 감독이 만든 홍콩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七月與安生, SoulMate, 2017년)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깜짝 놀란 작품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탄탄한 구성과 연출력,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이 결합된 수작이다. 누아르 또는 코미디로만 홍콩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가히 홍콩 영화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다. 안니 바오베이의 인터넷 소설 '칠월과 안생'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이승철의 노래가 생각나게 한다.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였던 두 여성 칠월(마사순)과 안생(주동우)은 자라면서 점점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안생과 모범생으로 곧게 자란 칠월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