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4/06 11

인 더 하우스 (블루레이)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영화들은 언제나 허를 찌르는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인 더 하우스'(Dans la maison, 2012년)도 예외가 아니다.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 '마지막 줄에 앉은 소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문학교사와 제자간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교사가 제자의 글에 빠져 들면서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며 빚어지는 일들이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오종 감독 답게 이 작품에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금기시된 욕망들이 얼굴을 내민다. 원작의 제목이 말해주듯 교실 맨 뒤에 앉아 급우들을 살피는 소년은 급기야 자신이 점찍은 가족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소년은 단순히 관찰자 시선을 벗어나 그들을 통제하려 하고 친구의 어머니에게 금기시된 욕망을 표출한다. 오종은 여기..

예스24 전자책 '크레마 원'

'크레마 원(1)' 은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처음 내놓은 컬러 전자책 단말기(e-book reader)다. 기존에 예스24에서 내놓은 흑백화면 일변도의 e북 리더와 달리 7인치 IPS HD 터치패널을 장착해 1280 x 800 해상도의 컬러 화면을 보여주는 점이 특징이다. 기계적 사양은 1.2Ghz 쿼드코어 AP와 2GB 램, 16GB의 메모리 용량을 갖췄으며 안드로이드 OS 4.2 젤리빈을 탑재했다. 크기는 세로 18.7cm, 가로 12.4.cm, 두께 9.9mm로 한 손에 잡기 좋으며, 무게도 329g이어서 휴대하기 간편하다. 여기에 300만화소 디지털카메라가 전면에 부착됐으며 와이파이를 통해 예스24에 접속해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가격은 16GB 제품의 경우 21만4,000원, 3..

메모장 2014.06.15

오멘 (블루레이)

학창 시절 떠돌던 흉흉한 괴담 중에 '666' 괴담이 있었다. 악마를 상징하는 666이란 숫자가 신체 어딘가에 새겨져 있으면 악마의 자식이란 얘기였다. 아이들은 누가 악마인지 찾는다며 서로 여기저기 뒤지고 놀리며 북새통을 떨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666 괴담의 근원이 바로 리처드 도너(Richard Donner) 감독의 '오멘'(The Omen, 1976년)이었다. 오멘은 그만큼 '엑소시스트'와 더불어 오컬트 영화의 상징 같은 작품이다. 정작 제작진들은 공포물로 꼽히는 것을 싫어했지만, 누가 뭐래도 오멘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공포물이다. 오멘이 특이한 것은 귀신이나 괴물 등 상상 속 존재가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로 공포심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내용은 요즘 시각에서 보면 특별할 게 없다. 악마의 ..

아메리칸 사이코 (블루레이)

1980년대 후반은 격동의 시대였다. 우리에게는 87년 6월로 기억되는 민주화운동과 88 서울올림픽 등이 있었고, 미국에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팍스아메리카나 찬가가 뜨거웠던 때였다. 딩사 미국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영화도 온통 람보, 코만도 등 미국이 가진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내용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안은 곪아가고 있었다. 월가의 부흥과 함께 넘쳐나는 돈으로 뉴욕에만 수백 개의 섹스클럽이 있었고, 마약과 에이즈가 창궐했다. 사람들은 MTV에 흥분했고, 마돈나의 노래 'Material Girl'이 상징하듯 부를 쫓아 몰려 다녔다. 그러다가 1987년 2,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미국 증시는 블랙 먼데이로 일컬어지는 10월19일 하루만에 폭락했다. 그 바람에 미국 여러 증권사들이..

화양연화 (블루레이)

왕가위 감독의 걸작 '화양연화'(2000년)는 엇갈린 인연과 사랑에 대한 영화다. 양조위와 장만옥이 연기한 남과 여는 묘하게도 얽힌 인연 때문에 바람을 피는 불륜의 관계이지만, 그들은 끝까지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고집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 이상의 진전을 원치 않고 서로의 사랑을 가슴에 묻는다. 과연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시간이 흘러 서로가 돌아보았을 때 그들의 가슴에 남는 것은 안타까운 그리움과 회한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나간 사랑을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의미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로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시간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낯선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으로 발전했다가 남남이 된 후 서로가 그리워 하는 감정의 변화를 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