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영화 속 스파이는 두 종류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나 '0011' 나폴레옹 솔로, '킹스맨' 같은 댄디한 부류와 '오스틴 파워'나 '자니 잉글리쉬' 처럼 작정하고 코미디로 접근한 어설픈 부류들이다. 굳이 폴 페이그 감독의 '스파이'(Spy, 2015년)를 여기 맞춰 분류하자면 후자에 가깝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주인공인 스파이가 여자(멜리사 맥카시)다. 그것도 미인계를 구사하는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가 아니라 날렵함과는 거리가 먼 육중한 몸매를 가진 아줌마 같은 스타일이다. 여기에 이 작품이 의도한 기존 스파이물의 고정 관념을 뒤집어 엎는 가치의 전복이 있다. 결코 세련되고 잘 생기고 빼어난 미인만 세계를 구하고 인류의 평화를 지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