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며 기획한 거리 3부작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 편에 해당한다. 1970년대 서울의 강남 개발 붐을 타고 이권에 눈이 먼 정치가들과 조직 폭력배들이 불나방처럼 달려 들어 충돌하고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 등 3부작의 앞 이야기들이 개인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작품은 강남 개발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저변에 깔아 놓은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과정을 농밀하게 그리지 못하고 두 깡패의 피비린내 나는 충돌만 부각시킨 듯 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 과정은 마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카지노'를 연상케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개발 과정에 뛰어든 갱단 패거리들이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과정이 많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