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04 1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블루레이)

제임스 건 감독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 2014년)는 마블 시리즈 중에서 독특한 작품이다. 마블이 낳은 초영웅들인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은 '어벤저스'라는 이름으로 묶여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벤저스'와 시간 및 공간을 공유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다. 내용은 먼 미래에 우주를 떠도는 무리들이 악에 맞서는 이야기다. 무리를 짓는 방식은 어벤저스 스타일이지만 면면은 다르다. 어벤저스의 초영웅들과 달리 좀도둑, 암살자, 지명수배범 등 우주의 하류 인생들이 뭉쳤다. 더불어 저마다 개성이 강한 주특기를 살려 하나의 축구팀처럼 팀 플레이를 펼친다. 이 과정에 서로 티격태격하며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깨알같은 재미를..

쏘우 (블루레이)

제임스 완 감독의 '쏘우'(Saw, 2004년)는 공포물이라기 보다 스릴러에 가깝다. 괴물이나 귀신이 나와서 설치거나 잔혹한 살인마가 등장해 앞뒤 가리지 않고 피범벅을 만드는 공포물이 아니라 '양들의 침묵'처럼 벌어지는 상황을 추적하며 범인을 쫓는 게임 같은 영화다. 물론 그 상황이 끔찍하지만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공포보다는 가슴을 졸여야 하는 긴장된 순간이 더 많다. 내용은 어느날 이유도 모른채 납치된 두 남자가 욕실에 사슬로 묶여서 풀려나기 위해 정체불명의 범인이 준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피말리는 두뇌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함정과 문제들이 등장하고 범인의 뒤를 쫓는 형사와 함께 보는 사람들도 추리에 나서게..

베일을 쓴 소녀(블루레이)

기욤 니클루 감독의 '베일을 쓴 소녀'(La religieuse, 2013년)를 보면 가장 먼저 영상이 정갈하다는 느낌이 든다. 투명한 수채화처럼 깨끗한 색감과 손에 잡힐 듯한 뽀얀 빛, 균형이 잘 잡힌 가운데 적절하게 공간을 채우는 인물과 소품들은 잘 그린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여기에 폐쇄적이며 은밀하기까지 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수녀들 만의 내밀한 이야기는 충분히 보는 사람의 호기심을 돋울 만 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드니 디드로가 쓴 원작 소설 '수녀'는 오랜 세월 금서였다. 물론 거기에는 수도원에서 금기시된 수녀들의 부도덕한 행동이 18세기 시대 정신에 어긋난다는 판단과 더불어 종교에 대한 반감, 나아가서는 신권에 대한 도전을 불러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그런데 비단 이런 문제..

노인들

흔히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은 1907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가 발견했다. 퇴행성 뇌질환인 이 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기억을 잘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언어 능력을 상실하고 급기야 판단력이 떨어져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보통 65세 이후에 발병하는데 더러 40대 미만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리속의 지우개'라는 영화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젊은 여성 이야기를 다뤘다. 젊은 나이에 걸리면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다. 발병 원인은 간단하게 말해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성되면 그렇다는데, 유전적 요인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가족 중에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발병 확률이 높다. 문제는 아직까지 치료방법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블루레이)

일본 저패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매년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찾는 산장을 신슈에 갖고 있다. 그는 그 곳에 친구 내외와 딸을 자주 초대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당시 10세 남짓한 친구의 딸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또래 소녀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구상했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바로 장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단순히 영감을 받은 것 뿐만 아니라 주인공 치히로의 모습도 친구 딸과 똑같이 그렸다. 나중에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본 친구 부부는 딸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영화 개봉 뒤 많은 사람들은 작품 해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미하엘 하네케 감독 말마따나 그것은 보는 사람들의 시각일 뿐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