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7/07 1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블루레이)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2010년)는 그동안 봤던 앨리스와 많이 다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원작자인 루이스 캐럴이 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속편 격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 등 두 편의 이야기를 합쳐서 팀 버튼 식 해석을 더했다. 팀 버튼식 해석이라면 원작 속 인물들에 대한 독특한 비틀기다. 여기에 잿빛 배경이 떠오르는 우울한 서정을 가미한다. 이 작품은 이 같은 팀 버튼의 해석이 적용된 인물들과 세계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우선 주인공인 앨리스가 어린 소녀가 아니라 약혼을 앞둔 19세의 처녀다. 앨리스는 원작처럼 엉뚱한 세상으로 굴러 떨어지지만 그곳은 원작의 이상한 나라인 원더랜드가 아니라 땅 밑 세상인 언더랜드다...

프리즈너스 (블루레이)

드니 빌뇌브 감독은 충격적인 내용의 '그을린 사랑'에서 분노와 공포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문화와 종교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이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분노와 공포에 쉽게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보는 사람이 영화 속 등장인물 입장에서 해법을 찾기도 힘들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후속작인 '프리즈너스'(Prisoners, 2013년)에서는 해법을 고르기가 더 힘들어졌다. 미국 동부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던 이웃이 어느날 한꺼번에 아이를 잃어 버린다. 멀쩡하게 잘 뛰어놀던 소녀 둘이 동시에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온 가족은 미친 듯이 아이들을 찾아 헤매지만 흔적 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 경찰은 유력한 유괴 용의자를 확보했지만 증거가 없어 풀어준다. 잃어버린 ..

가을 햇살 (블루레이)

딸과 함께 사는 홀어미는 어느덧 혼기가 찬 딸의 결혼을 서두른다. 딸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홀어미를 혼자 놔두고 시집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말을 못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지인들은 어머니의 재혼을 준비한다. 하지만 딸은 막상 어머니가 재혼한다니 왠지 서운한 생각이 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복잡 미묘한 심경.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딸과 어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에 카메라를 댔다. '가을 햇살'(1960년)은 그런 영화다. 얼핏 보면 오즈 야스지로가 1949년에 만든 '만춘'을 닮았다. 아닌게 아니라 '만춘'이 딸을 시집 보내는 아비의 마음이라면, 이 작품은 이를 그대로 뒤집어 어미의 마음을 담았다. 재미있는 점은 '만춘'에서 딸로 나온 하라 세츠코가 이번에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언제나 그렇듯,..

바닷마을 다이어리(블루레이)

어느날 바람이 나서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서먹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이복 여동생을 만난다. 도저히 이복 동생만 홀로 놔두고 오기 힘든 환경에서 같이 살지 않겠냐는 말을 해본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인데 선뜻 그러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때부터 배 다른 네자매의 한 살림이 시작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2015년)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영화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네 자매가 한 식구가 돼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조용하게 짚어 나갔다. 부모가 모두 집을 나가서 배 다른 자매끼리 살아가는 과정은 언뜻보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 같지만 결코 자극적이나 선정적으로 흐르지 않은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

최후의 증인(블루레이)

국내 추리소설계의 대부로 통하는 작가 김성종은 교도소에서 최고 인기 작가다. 문학성이 뛰어나거나 추리기법이 기발해서가 아니라 아주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속작가에 가까운 그가 쓴 장편소설 '일곱개의 장미송이' '나는 살고 싶다' '백색인간' 등을 보면 성적인 묘사가 아주 세세하고 폭력적이다. '여명의 눈동자'도 마찬가지인데, 드라마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송지나가 각색을 잘 한 덕이다. 그나마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는 작품이 바로 '최후의 증인'이다. 1974년 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 얽힌 사람들의 비극과 복수를 다뤘다. 이를 33년 전에 영화로 만든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년)은 저주받은 걸작이다. 이 감독 특유의 박력있는 연출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