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한 인간의 몰락만이 이길 수 없는 운명의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도록 만든다"라고 썼다. 멜 깁슨이 각본을 쓰고 감독, 제작까지 한 '아포칼립토'(Apocalypto, 2006년)는 이 말에 딱 들어맞는 영화다. 마야 문명이 지배하던 중남미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어느 부족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또 다른 부족의 습격을 받아 풍비박산 난다. 친구와 아버지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한 주인공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아내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고도 힘든 싸움을 벌인다. 그렇지만 피비린내나는 싸움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시각처럼 광기일지는 몰라도 결코 야만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개 돼지처럼 땅바닥에 몸을 굴리는 부족이나 앞선 문명으로 거대한 피라미드를 쌓은 민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