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백발마녀전(블루레이)

우인태 감독의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1993년)은 과거 홍콩 영화가 국내에서 한창 인기 있을 때 비디오테이프로 빌려보고 반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당시 홍콩 영화라면 의례히 떠올리는 누아르나 무협, 황당한 코미디가 아닌 판타지 영화다. 굳이 따지자면 무협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협보다는 안타깝고 슬픈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무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로맨스를 거들기 위한 양념에 가깝다. 우인태 감독도 이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비극적 사랑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내용은 명나라 말기에 유명 무술 일파인 무당파의 후계자 탁일항(장국영)이 밀교에서 암살자처럼 키운 연예상(임청하)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서로 배신하지 않..

홍등(블루레이)

'붉은 수수밭' '국두' 등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초기작은 여성의 삶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특히 중국의 오랜 전통처럼 굳어진 유교 사상과 봉건제적인 삶에 뿌리 깊이 사로잡혀 남자에게 종속된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주로 다뤘다. 이를 통해 과거의 잘못된 전통과 단절하고 주체적이고 평등한 인격적 존재로 바로 서는 여성을 강조한다. 그것이 비단 중국이 요구하는 생산주체이자 혁명주체인 사회주의적 여성상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인 양성 평등의 보편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축첩제도를 다룬 영화 '홍등'(大紅燈籠高高掛 1991년)도 마찬가지다. 장이머우 감독이 이 작품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중국의 봉건제적 전통인 축첩 제도다. 주인공인 송련(공리)은 대학을 중퇴..

오즈의 마법사(4K 블루레이)

개봉한지 80년이 넘은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1939년)는 제작진이 대부분 고인이 됐다.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 감독은 개봉 후 10년 뒤인 1949년에 세상을 떴고 주인공 도로시를 연기한 주디 갤런드(Judy Garland)는 불우한 말년을 보내다가 1969년 쓸쓸히 숨졌다. 마법사를 연기한 프랭크 모건(Frank Morgan)은 플레밍 감독과 같은 해 세상을 떠났고 겁쟁이 사자를 연기한 버트 레어(Bert Lahr)는 1967년, 양철인간 역의 잭 헤일리(Jack Haley)는 1979년, 허수아비 역의 레이 볼거(Ray Bolger)는 1987년에 차례로 망자가 됐다. 영화를 제작한 MGM의 루이 B 메이어(Louis B. Mayer)도 1957년에 타..

붉은 수수밭(블루레이)

중국판 '분노의 포도'라고 할 수 있는 '붉은 수수밭'(紅高梁, 1988년)은 장이머우(장예모)라는 걸출한 중국 감독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다. 그는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로 중국 제5세대 감독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모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다분히 민족적이며 사회주의적이다. 돈 때문에 양조장을 운영하는 쉰 살 넘은 노총각이자 나병 환자에게 팔려간 젊은 여성(공리)의 이야기다. 시집갈 때까지만 해도 여성은 다분히 일부종사(一夫從事)의 틀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남편의 죽음으로 술도가를 맡게 되면서 여성은 여장부로 변신한다. 남정네들을 이끌고 술도가를 일으키며 급기야 항일 무장투쟁에 나서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여인은 더 이상 봉건적 잔재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4K 블루레이)

분노의 질주 8번째 시리즈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The Fast and The Furious 8, 2017년)은 빈 디젤(Vin Diesel)과 함께 시리즈를 이끌어 온 폴 워커가 빠진 첫 번째 작품이다. 2013년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폴 워커가(Paul Walker) 빠지면서 시리즈를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은 온전히 빈 디젤의 몫이 됐다. 제작자를 겸한 빈 디젤은 그 부담을 이 작품에서 물량 공세의 스케일 업으로 풀어냈다. 다양한 차량은 물론이고 미 육군에서 사용하는 군사장비인 립소와 러시아의 핵 잠수함까지 등장한다. 마치 폴 워커의 빈자리를 파괴력으로 메우려고 작심한 듯 다양한 기기들이 서로 충돌하는 요란한 액션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를 위해 람보르기니부터 다지 데몬, 벤틀리, 콜벳 등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