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예나 지금이나 치열한 입시 경쟁은 여전하다. 학생은 물론이고 부모와 교사, 학교 모두 시험을 치르는 당일까지 중압감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우리 사회에 과도한 입시 경쟁의 폐해에 대해 경종을 울린 사건이 1986년에 일어났다. 그 해 1월 서울사대부중 3학년이었던 여학생이 입시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해서 생을 마감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고교 진학을 위한 연합고사도 꽤 경쟁이 치열했다. 그 학생은 전교 1등이었는데도 부담이 어찌나 컸던지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때 학생이 남긴 유서가 신문에 보도되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난 1등 같은 건 싫은데, 난 앉아서 공부만 하는 그런 학생이 되기는 싫은데, 난 꿈이 있는데, 난 정말 남을 사랑하며 살고 싶은데, ..

나이브스 아웃(4K 블루레이)

라이언 존슨(Rian Johnson)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2019년)은 한 편의 잘 짜인 추리소설 같은 영화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전형적인 밀실 추리소설 형태를 따르고 있다. 유명한 추리 소설 작가의 생일을 맞아 온 가족이 모인 가운데 추리 소설 작가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경찰과 함께 유명한 탐정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Daniel Craig)이 사건 해결을 위해 투입된다. 정통 추리소설 같은 영화 이후 전개는 추리소설의 형태를 따른다. 경찰과 탐정이 그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하나씩 만나 증언을 들으며 사건의 얼개를 꿰어 맞추는 식이다. 이 가운데 증언의 허점을 찾아 범인을 찾아내는 두뇌 게임이 펼쳐진다. 누구는 거짓말을 할 것이고 누구는 ..

10년(블루레이)

일본을 오래 연구한 학자인 터프츠대학교의 수전 네이피어 교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다룬 '미야자키 월드'라는 책에서 일본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네 가지를 두려워한다고 썼다. 천둥, 불, 지진, 아버지다. 이 중에서 아버지는 전통적인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권위적인 남성 중심 문화를 말한다.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소다. 그만큼 일본 사람들은 잦은 지진과 여름이면 천둥 번개를 동반한 태풍에 시달리며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여기에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도시를 송두리째 태우는 폭격과 원자폭탄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영화 '10년'(十年, 2018년)은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네 가지 공포를 ..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4K 확장판)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Lord of the Rings-Return of the King, 2003년)은 '반지의 제왕' 3부작 가운데 가장 스펙터클 하다. 무엇보다 인간과 샤우론 군대가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펠렌노르 평원 전투가 볼 만하다. 집채만 한 무마킬 군단과 로한의 기병대, 오크 무리가 일제히 뒤엉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비록 디지털 작업이지만 엄청난 박력을 선사한다. 거대한 미나스 티리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싸움은 스펙터클한 판타지 전투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괴물 코끼리와 벌이는 싸움이 압권이다. 반면 극적 긴장감이나 신비로움은 1편이 가장 앞선 느낌이다. 톨킨(J.R.R. Tolkien)의 원작 소설을 영상으로 풀어낸 묘미가 기대 이상이었기..

마녀를 잡아라(블루레이)

'마녀를 잡아라'(The Witches, 2020년)는 '백 투 더 퓨처' '폴라 익스프레스' '크리스마스 캐럴' '포레스트 검프' 등 동화 같은 작품을 곧잘 만드는 로버트 저멕키스(Robert Zemeckis) 감독이 로알드 달(Roald Dahl)의 원작 동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로알드 달이 1983년에 펴낸 이 소설은 1990년에 니콜라스 뢰그 감독이 안젤리카 휴스턴을 주연으로 기용해 영화로 만든 적이 있다. 따라서 로알드 달의 원작 동화나 1990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내용은 마녀 집회를 목격하게 된 소년이 할머니와 함께 마녀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로알드 달은 여성 혐오증이 있는 사람처럼 작심하고 마녀들을 못되게 그렸다. 입은 귀까지 찢어져 상어 같은 이빨이 드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