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위플래쉬(4K 블루레이)

1980년대에 구입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LP 중에 버디 리치(Buddy Rich)와 진 크루파(Gene Krupa)의 'The Drum Battle'이 있다. 걸출한 두 명의 재즈 드러머가 박자를 주거니 받거니 불꽃 튀는 드럼 협연이자 경연을 벌이는 명반이다. 다미엔 차젤레(Damien Chazelle) 감독의 '위플래쉬'(Whiplash, 2014년)를 보면 버디 리치와 진 크루파의 드럼 배틀이 생각난다. 차이가 있다면 버디 리치와 진 크루파의 대결은 유머러스하며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선혈이 낭자한 전쟁터다. 내용은 무명의 드러머 앤드류(마일즈 텔러 Miles Teller)가 피나는 노력 끝에 최고의 드러머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앤드류는 많은 도전자들과 경쟁을 벌여 살아남기 ..

스팅(4K 블루레이)

1970~80년대 영화 소설을 줄줄이 펴내던 한진출판사에서 낸 책 중에 '나는 놈 위를 기는 놈'이란 책이 있다. 사기꾼을 등쳐 먹는 희대의 사기꾼들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정교한 계획과 엄청난 노력에 감탄을 한 적이 있는데,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스팅'(The Sting, 1973년)도 그런 영화다. 겁 없는 두 사나이가 정교한 사기극으로 미국 거물 갱단 두목을 홀랑 베껴 먹는 이야기다. 그 계획이 어찌나 정교하고 기가 막힌 지 영화를 보며 연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들이 이용하는 수법은 1930년대에 가능한 전신 사기다. 즉 방송 중계의 지연 시간을 이용해 그전에 승부가 결정 난 경마에 배팅하는 이야기다. 방송과 통신 기술이 발달한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블루레이)

김초희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년)는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내용은 영화 기획자로 살아가던 찬실(강말금)이 어느 날 제작 준비 중이던 영화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실업자가 되는 이야기다. 찬실은 실업자가 된 뒤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본다. 영화 외에 아는 것은 없는데 영화제작사에서는 써주려고 하지 않으니 결국 호구지책으로 친한 여배우 소피(윤승아)의 가사 도우미 노릇을 한다. 새삼 찬실이는 신세한탄과 함께 계속 영화 관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정체모를 러닝셔츠 바람의 자칭 장국영(김영민)과 불어 강사를 하며 영화 준비를 하는 감독(배유람), 셋집 할머니(윤여정), 소피 등이 엮이며 갖가지 우스우면서도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진다. 이 작품..

엽문2(블루레이)

엽위신 감독의 '엽문2'(葉問 2 - 宗師傳奇, 2010년)는 영춘권의 대부인 엽문을 주인공 삼아 시리즈로 만든 4편의 작품 가운데 두 번째다. 내용은 1950년대 홍콩에 도착한 엽문이 도장을 열어 자리를 잡게 된 과정을 다뤘다. 당시 홍콩에 몰려든 중국 사람들은 소수를 제외하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엽문도 마찬가지. 어렵게 남의 건물 옥상에 도장을 차렸지만 영춘권을 배우러 오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린다. 여기에 중국에서 먼저 건너와 도장을 차린 다른 파벌들의 견제와 텃세가 만만찮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장을 차린 엽문에게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난다. 바로 동양 무술을 무시하는 서양 권투선수다. 결국 엽문은 엄청난 괴력을 지닌 권투선수와 한 판 대결을 벌여 동양 무술과 중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내용..

2046(블루레이)

왕가위나 김기덕 감독은 다른 감독의 작품들보다 그들의 전작들과 종종 비교되는 감독들이다. 그만큼 다른 감독들과 비교하기 힘든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왕가위의 최근작 '2046'(2004년)도 마찬가지다. 엇갈린 사랑의 운명을 얘기하는 이 작품은 흔히 '화양연화'의 후속편으로 알려졌다. 정작 왕감독은 "화양연화의 에피소드를 포함하고 있을 뿐 후속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화면 곳곳에 '화양연화'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장고 끝에 악수둔다고, 5년 동안 홍콩, 중국, 태국, 마카오 등을 돌며 만든 이 작품은 산만한 구성 탓에 '화양연화'만큼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국내의 경우 2004년 10월에 2주동안 개봉했으나 관객 동원 14만6,000명에 그쳤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