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가타카(4K 블루레이)

앤드류 니콜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한 데뷔작 '가타카'(Gattaca, 1997년)의 매력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그가 이 작품에서 다룬 미래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우성과 열성 유전자에 따라 장래가 결정된다. 열성 인자를 갖고 태어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꿈을 이룰 수 없다. 그저 건물 청소나 하고 허드렛일만 하며 연명할 뿐이다. 정작 사회를 이끌어 갈 중요한 일은 우성 인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의 몫이다. 이런 사회에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사회에도 편법은 있다. 유전자를 사고팔고 조작해서 열성 인간을 우성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완벽을 꿈꾸는 사회에 이런 비즈니스는 치명적 오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그 치명적 오점에 희망을 걸고 토성..

독전(4K 블루레이)

배우 김주혁의 유작으로 알려진 이해영 감독의 '독전'(2018년)은 2013년 두기봉 감독이 만든 홍콩 영화 '마약전쟁'이 원작이다. 하지만 경찰이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마약상과 손잡는 기본 설정만 같을 뿐 내용 전개는 다르다. 이 작품은 이름과 얼굴 등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아 유령으로 통하는 마약 밀매 조직의 두목을 쫓는 경찰(조진웅)의 얘기다. '이선생'으로만 알려진 두목을 잡기 위해 경찰은 밀매 조직의 말단 중개상(류준열)과 손잡고 복잡한 위장 수사를 펼친다. 문제는 마약 밀매 조직조차 이선생의 정체를 몰라서 사건이 꼬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중국의 거대 마약상(김주혁)까지 개입하면서 잔인하고 복잡한 싸움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작품은 결정적으로 '중개상의 도그마'에 빠져 있다. 위장 수사를..

귀주이야기(블루레이)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귀주 이야기'(秋菊打官司, The Story Of Qiu Ju, 1992년)는 '국두' '홍등' '붉은 수수밭' 등 그의 전작들과 결이 다른 작품이다. 중국 시골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을 통해 중국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상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진지하고 무거웠던 그의 전작들과 달리 페이소스가 짙게 깔린 블랙코미디 풍이다. 천위안빈의 중편 소설 '만가소송'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어이없고 황당한 상황이 우스우면서도 씁쓸하고 안타까워 마냥 웃고 있을 수만도 없게 만든다. 내용은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알고 지내는 중국 시골에서 촌장과 아낙(공리)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콴시와 미엔쯔 아낙의 남편이 촌장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고환을 걷어차이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남편은 크게 다치지 않아..

인생(블루레이)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인생'(活着, 1994년)은 중국 현대사의 굴곡을 한 사내의 삶을 통해 풀어낸 수작이다. 중국의 유명 작가 위화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푸궤이(거요우, 갈우)라는 사내의 가정을 중심으로 중국 현대사가 안고 있는 질곡을 다뤘다. 집안 대대로 내려온 큰 재산을 지녔던 푸궤이의 인생은 중국 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새옹지마를 떠올리게 한다. 엄청난 물림 재산을 도박으로 다 날려 알거지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지만 1940년 국공 내전에서 승리하며 장개석 군을 몰아낸 모택동의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뒤 오히려 무산자 신세여서 살아남게 된다. 그의 저택을 차지한 노름꾼은 반동 지주로 몰려 공개 처형당한다. 1960년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해 모택동이 주도한..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년)는 전작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예상외로 크게 성공하자 제작사인 황기성 사단에서 서둘러 만든 속편이다. 전작의 인기를 업고 가기 위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감독은 전작의 각본을 쓴 김성홍이 맡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미연, 김보성이 주연을 맡았고 지금은 유명한 배우들이 된 공형진, 이범수, 최진영 등이 신인으로 출연했다. 음악도 전작처럼 산울림의 김창완이 맡아 주제가를 불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전작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서울의 경우 국도극장에서 개봉해 5만3,000명의 관객이 들었다. 전작이 16만 명이 관람해 대박을 쳤으니 그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10만 명 관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