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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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개밥바라기별'

황석영은 경험담에 강한 작가다. 자신이나 타인의 경험담을 녹진녹진하게 풀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전 국회의원 이철용의 구술을 받아 적은 '어둠의 자식들', 작가 자신의 베트남전 경험을 담은 '무기의 그늘',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등을 읽어보면 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중학교 때 몰래 읽은 '어둠의 자식들'은 걸쭉한 육두문자와 놀라운 이야기로 어린 청춘을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베트남전의 처절함과 공황을 다룬 '무기의 그늘'이나, 대학 시절 금서여서 몰래 돌려 읽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도 세상의 참혹함에 새삼 눈뜨게 만든 놀라운 책들이다. 문화부 시절 문학 담당 기자들에 따르면 술 한 잔 앞에놓고 몇 시간이..

2008.12.17

에코 체임버

사진작가 박노아의 '에코 체임버'는 사진으로 쓴 수필집이다. 그가 파리 뉴욕 바르셀로나 싱가포르 밀라노 등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과 함께 자신의 단상을 일기처럼 고백하듯 적어 내려갔다. 아날로그 카메라를 이용해 필름에 담은 흑백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와는 또다른 푸근한 정서가 배어있다. 단순히 세상을 흑과 백으로 그려내서가 아니라 박노아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 즉 박노아식 앵글이 말을 걸기 때문이다. '해가 너무 밝은 어느 개인 날, 온 세상이 흑과 백으로 추락하다'라는 그의 글을 통해 흑백 사진에 몰두하는 마음을 조금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쟁여놓은 사진을 보고 그가 쓴 글을 읽다보면 사진 뒤에 숨은 이야기들이 'to be continue...'처럼 흐르는 것 같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뉴욕..

2008.04.25

두더지

후루야 미노루(古谷実)의 만화 '두더지'는 우연히 발견한 걸작이다. 만화의 주인공 스미다는 중학교 3학년생. 그렇지만 중학생답지 않은 조숙함으로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그의 꿈은 단 하나, 오로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 또래 친구들처럼 돈을 많이 벌거나 유명해지는 것에 관심이 없다. 그저 험한 세상에서 한 몸 간수하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주인공의 꿈이다. 그래서 그는 꿈을 묻는 친구에게 말한다. "난 두더지처럼 숨어 살 거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삶은 더 할 수 없이 피폐하다. 어머니는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버렸고 아버지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거리의 부랑자가 됐다. 결국 중3생 스미다는 학교를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이 만화에 10여 년간 장기불황에 허덕인 일본인의 삶이 녹..

2005.01.17

다 빈치 코드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얘기를 듣고 책장을 펼쳤다가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해서 언제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몇 시간 만에 두 권을 모두 읽었다. 댄 브라운이 쓴 '다 빈치 코드'는 음모론에 관한 추리소설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과 성경이 뒤엉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입담이 어찌나 좋은 지, 생소한 이야기들이 가득한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있다. 원래 음모론이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하기 마련인 만큼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음모론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이 땅에서 금기시된 예수의 신상에 대해 거론한다. 과연 예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죽음을 맞았으며 그의 죽음 이후에 제자들은 어떤 길을 걸었는가. 저자는 이에 대한 설명이 ..

2004.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