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얘기를 듣고 책장을 펼쳤다가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해서 언제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몇 시간 만에 두 권을 모두 읽었다.
댄 브라운이 쓴 '다 빈치 코드'는 음모론에 관한 추리소설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과 성경이 뒤엉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입담이 어찌나 좋은 지, 생소한 이야기들이 가득한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재미있다.
원래 음모론이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하기 마련인 만큼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음모론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이 땅에서 금기시된 예수의 신상에 대해 거론한다.
과연 예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죽음을 맞았으며 그의 죽음 이후에 제자들은 어떤 길을 걸었는가.
저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성경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경이 고의적으로 몇 가지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폭로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근거들을 조목조목 들이댄다.
사실 그가 제시한 근거들은 종교학자 마가렛 스타버드의 연구서적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에 나온 내용들이다.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는 '다 빈치 코드'가 인기를 끌자 지난달 국내 출간됐다.
책에 소개된 주장들은 충격적이면서도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라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독교의 본고장 유럽에 비해 국내 기독교는 색다른 주장, 특히 공격적 주장에 대해 배타적이다.
2년 전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의 책 '예수는 신화다'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기독교에 섞인 이교도 증거들을 설명한 이 책은 출판 후 숱한 반대에 부딪혀 얼마 안돼 절판됐다.
답답한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다 빈치 코드'는 소설이라 다행인 듯싶다.
소설인 만큼 모든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지만 여기 제시된 주장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여름밤이 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
<다 빈치 코드에 나온 충격적 주장>
1.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시온 수도회의 그랜드 마스터(수장)였다.
-시온 수도회는 성배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1099년 유럽에서 결성된 비밀 조직.
-아이작 뉴턴, 장 콕토, 보티첼리, 빅토르 위고 등이 수장을 지냈고 다 빈치는 1510~19년 사이에 수장을 역임.
2. 그림 '최후의 만찬'에 여자가 있다.
-가장 흥미진진한 주장으로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치지만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보면 예수 오른편에 앉아있는 인물이 여자라는 것. 그림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연 이 여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해답은 책 속에 있다.
3. 기독교는 다른 종교의 혼합이다.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기독교를 싫어하면서도 제국의 통치를 위해 기독교를 국교로 정하고 여기에 자신이 믿었던 이교 신앙을 뒤섞어 놓았다는 것.
-예수 탄생일로 알려진 12월 25일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 신의 아들로 불린 '미트라'의 생일.
이밖에 원래 기독교의 안식일은 토요일인데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이교도의 태양숭배일인 일요일, 즉 선데이(sun-day)로 바꿔버렸다는 주장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
그만큼 흥미롭게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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