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280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는 스타일리시 무비의 전형을 보여준 작품이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옥상 결투 장면과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 빗속 결투,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 학살을 연상케 하는 계단 살인사건 등에 쓰인 영상들은 한 편의 그림 같다. 이 감독이 그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증거. 악역을 맡은 안성기의 변신과 느물 느물한 박중훈의 표정 연기도 좋았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형사들의 리얼 액션도 볼 만한, 드라마와 액션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수작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SE 판 DVD는 레터박스로 나왔던 일반판과 달리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스크래치와 잡티가 보이지만 일반판보다 한결 나아졌다. 오히려..

슈렉

녹색 괴물이 주인공인 기상천외한 애니메이션 '슈렉'(Shrek, 2001년). 앤드류 아담슨(Andrew Adamson)과 빅키 젠슨(Vicky Jenson)이 공동 감독한 이 작품은 기발한 패러디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해 디즈니 꼬집기였다. 디즈니에서 쫓겨나 드림웍스를 만든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는 한풀이하듯 이 작품에서 디즈니 작품들을 흠씬 두들겼다. 백설공주는 관짝에 실려 슈렉의 식탁에 올랐고, 피노키오는 헐 값에 팔리는 존재가 됐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서로 뺨을 때리며 싸우고 팅커벨은 병에 갇히니 이런 난리가 없다. 심지어 디즈니랜드마저 탐욕스러운 군주의 소굴로 전락해 조롱을 당했다. 어쨌거나 이 같은 디즈니 비틀기가 관객에게 먹혀 흥행에 크게 성공했..

벅시 말론

알란 파커(Alan Parker)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벅시 말론'(Bugsy Malone, 1976년)은 깜찍하고 앙증맞은 영화다. 마피아가 등장하는 갱스터 무비에 춤과 노래를 도입한 이색적인 갱스터 뮤지컬이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모두 아이들이다. 덕분에 잔혹한 다른 갱스터 무비와 달리 살인도, 피도 없고 더없이 장난스럽다. 파커 감독은 4명의 자녀들에게 라스베이거스의 갱 벅시 시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이 작품을 구상했다. 감독은 어른들의 세계를 풍자하고 각종 영화를 패러디한 이 작품에 대해 "정신병자가 만든 작품"같다며 스스로도 황당하게 여겼다. 그만큼 놀랍도록 기이한 작품인데 덕분에 칸 영화제에 나갔을 때 기립박수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DVD 타이틀은 지난해 영국에서 나온 코드 2 SE판 소스를..

핑크 플로이드-라이브 폼페이 디렉터스 컷

프로그레시브 록의 기둥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폼페이 라이브'(Pink Floyd Live at Pompeii, 1972년)는 독특한 작품이다. 1명의 관객도 없는 무관객 공연이다. 밴드는 1972년 이탈리아 고대 도시 폼페이의 원형 극장에서 공연을 가졌고, 이 장면을 애드리언 마빈 감독이 35밀리 극영화 필름에 수록했다. 관객이 없다 보니 카메라의 움직임이 자유로워 멤버의 다양한 표정을 밀착해 잡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앵글을 보여준다. 연주곡은 앨범 'Meddle'에 수록된 'Echos'를 비롯해 초창기 시드 배럿(Syd Barret)의 영향이 강한 사이키델릭 록 성향의 곡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3번째 트랙 'A Saucerful of Secrets'은 환각적 연주가 어우러진 ..

늑대의 후예들

2001년 프랑스에서 개봉해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프랑스 사상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 크리스토퍼 강스 감독, 사뮤엘 르 비앙, 벵상 카셀, 모니카 벨루치 주연. 사람을 잡아먹는 괴수 이야기로 유명한 18세기 프랑스의 제보당 실화를 토대로 만든 액션물. 국내에서의 흥행과 평은 안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 오우삼의 액션을 연상케하는 슬로 모션과 뮤직비디오 식의 빠른 장면 전환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멋드러진 영상을 만들어냈다. DVD는 국내에서도 나왔지만 프랑스에서 출시된 3장짜리 한정판이 고풍스런 케이스로 소장욕구를 부추긴다. 화질은 국내판보다 조금 낫다. DTS 음향은 집이 우렁우렁 울릴 정도로 웅장하다. 저음이 다소 과한 편. 프랑스 한정판 DVD 케이스. 고풍스런 책자를 연상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