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한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그 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영화가 국내 개봉했다. 테일러 핵포드(Taylor Hackford) 감독의 '백야'(White Nights, 1985년)다. 당시 서울에서 유일한 70미리 상영관이었던 대한극장에서 이 영화를 하루에 내리 3번을 보았다. 새내기 대학생 때인 만큼 할 일이 많았던 친구는 첫 회를 같이 본 후 후다닥 달아나버렸지만 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Mikhail Baryshnikov)와 영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Vladimir Vysotsky)의 노래에 매료돼 움직일 수 없었다. 이후 바리시니코프의 팬이 돼 그가 출연한 영화 '지젤'도 보았고 나중에 '백야'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영상이 뭉개질 때까지 봤다. 비소츠키 노래도 마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