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그녀에게 (블루레이)

울프팩 2016. 4. 27. 21:00

스페인의 유명 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그리는 사랑은 독특하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같은 작품을 보면 세상에서 결코 흔치 않을 것 같은 꼬일대로 꼬인 사랑이 등장한다.

 

'그녀에게'(Hable Con Ella, 2002년)도 예외가 아니다.

극 중 인물들이 벌이는 사랑은 무서울 정도의 집착과 자신을 모두 버리는 헌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범죄로 보일 망정 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마냥 신기하고 특이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관객은 마치 자극적인 옐로 페이퍼를 보는 것 처럼 오히려 이 점을 좋아한다.

물론 이 과정은 지극히 드라마투르기적이다.

 

공교롭게 뇌사상태에 빠진 두 여인을 좋아하는 두 남자가 만나서 친구가 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그보다 더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그렇게 두 남자가 친구 이상의 친밀감을 느끼고, 운명의 실타래가 꼬이면서 또다른 인연을 만드는 과정 또한 너무 극적이다.

 

이를 현실적인 바탕 위에서 바라보면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알모도바르 감독이기에 가능하다.

 

영상과 대사, 음악까지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장면들을 보면 이야기의 현실성을 따지기에 앞서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 여인의 침상 위로 꿈틀대며 움직이는 조명, 구슬픈 노래와 함께 흐르는 남자의 눈물 등은 참으로 시적이다.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른 만큼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과연 헌신적인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윤곽선이 두텁고 명료하지 못하며 거친 입자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DVD 타이틀에 비하면 월등 좋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으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웅웅 울리는 교회당 반향음과 리어에서 들리는 명료한 기타 소리를 들어보면 공간감이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과 제랄드 채플린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및 B-롤, 감독 및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마드리드의 라라극장 커튼이 올라가며 시작된다. 처음 나오는 무용극은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작품 '카페 뮐러'다. 

감독은 영화 제목으로 '고독'도 고려했다. 

투우를 느리게 표현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여성 투우사를 연기한 로자리오 플로레스는 역할을 위해 4개월 동안 투우를 배웠다.

성이 보이는 풍경은 코르도바에서 찍었다. 

소에 받치는 장면은 투우사 인형을 이용해 촬영. 

파티 장면은 감독의 집에서 찍었다. 이때 흘러 나오는 서정적인 노래는 스페인 작곡가 토마스 멘데스 소사가 1959년 멕시코 여행 중 주민들에게 들은 전설을 토대로 만든 '쿠쿠루쿠쿠 팔로마'(Cucurrucucu Paloma)다. 이를 남미의 밥 딜런으로 통하는 브라질의 유명 가수 카에타노 벨로소가 직접 출연해 불렀다. 

찰리 채플린의 딸 제럴드 채플린이 무용학원장으로 출연. 

감독은 극 중 극인 '애인이 줄었어요'를 통해 여인의 임신과정을 간접적으로 묘사했다. 이때 나오는 거대한 가슴과 음부 장면은 모형을 만들어 촬영했다. 

1949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알모도바르 감독은 영화를 배우고 싶어 1967년 마드리드로 갔으나 당시 독재정권이던 프랑코정부에서 영화학교를 강제로 폐쇄하는 바람에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됐다. 

감옥의 외관은 세고비아의 실제 감옥에서 촬영. 감독은 후에 스페인 국영전화회사에 취직하면서 안정적으로 글을 쓰고 영화와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됐다. 

KD랭의 노래 'Ain't It Funny'에 맞춰 브라질 무용수 루스 아마란테가 천천히 움직이는 무용극도 피나 바우쉬의 작품 '마주르카 포고'다.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이 작품을 보고 바우쉬의 팬이 됐다. 

쌍쌍이 춤을 추는 장면에 흐르는 노래는 포르투갈 가수 바우가 만든 'Raquel'이다.

그녀에게 (1Disc)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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