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꽃피는 봄이 오면

울프팩 2005. 4. 30. 21:10

류장하 감독의 데뷔작 '꽃피는 봄이 오면'(2004년)은 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늘려놓은 느낌이다.
실제로 영화는 '인간극장'에서 방송한 관악부 교사 이야기와 폐광촌 아이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섞어서 만들었다.

내용은 일과 사랑에 실패한 트럼펫 연주자(최민식)가 쫓기듯 강원도 탄광촌 중학교의 관악부 임시교사를 맡으면서 다시 희망을 되찾는 이야기다.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한 최민식이 교사로 나와 서민적이며 가슴 따뜻한 연기를 보여준다.

마치 예전 TV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그가 맡았던 배역을 보는 것 같다.
허진호 감독 밑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조감독으로 일한 류감독답게 스타일이 허감독과 비슷하다.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을 집요하게 잡아내는 영상과 긴 호흡 등이 허감독과 닮았다.
이런 점들이 이야기의 흡입력만 있다면 보는 이를 감정이입이 되도록 깊게 빨아들일 수 있으나 호흡조절에 실패하면 영화를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나는 여인과 집 나간 소년의 조우, 소년이 하필 여인의 옛 애인이 만든 곡을 트럼펫으로 불고 이를 멀리서 옛 애인이 우연히 듣는 장면 등 후반부에 억지로 감정을 잡아가는 지나친 우연이 흠.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간간히 잡티와 필름 스크래치도 보이고 약간의 디지털 노이즈도 있지만 참을만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잔잔한 드라마인 만큼 커다란 서라운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관악부 교사 현우 역을 맡은 최민식. 나팔 불고 지휘하는 폼이 그럴듯했다.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밤무대에 서는 현우. 그는 실제로 트럼펫 연주가 김평래 씨에게 관악기를 사사하고 작품 속에서 트럼펫, 색소폰 등을 불었다.
탄광촌 약사 수연으로 출연한 장신영. 그와 현우의 뜨뜻미지근한 삼각관계도 허진호 스타일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 역의 윤여정은 미스 캐스팅 같다. 윤여정의 연기는 좋았지만 최민식과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아 보이기 때문.
관악부 아이들은 몇몇 빼고 실제 도계중학교 관악부원들이 출연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장면. 류감독이 허감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음영을 잘 살린다는 점. 담배연기를 홀리듯 트럼펫을 부는 이 장면과 소년이 바닷가에서 나팔을 부는 장면 등을 보면 약간의 조명과 어둠, 그림자를 적절하게 살려 서정적 그림을 만든다.
활짝 핀 벚꽃처럼 현우의 마음속에도 봄은 찾아왔지만 과연 현실도 그럴까. 영화를 보고 나면 현우의 삶이 궁금해진다. 어차피 돌고 도는 계절처럼 언제나 봄은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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