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성 감독의 '역도산'(2004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화다.
주인공 역도산(설경구)이 프로레슬링계의 거목이고, 감독은 전작 '파이란'으로 진한 감동을 주었던 사람이기에 기대가 컸으나 결과는 의외였다.
이유는 감독이 바라본 역도산과 관객이 기대한 역도산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감독은 절대 강자의 고독과 외로움 등 역도산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었고, 관객들은 도대체 역도산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궁금해하며 그의 외면을 바라봤다.
감독은 DVD의 음성해설을 통해 진정한 작품의 가치를 몰라준다며 안타까워했지만 관객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1970년대 흑백 TV를 보고 자란 세대에게 프로레슬링은 전 국민의 오락거리였다.
당연히 박치기왕 김일, 쌕쌕이 여건부와 장영철, 천규덕 같은 선수들은 당시 영웅이었다.
그러나 역도산은 아니었다.
1963년 12월 이미 생을 마감한 역도산의 경기를 국내에서는 볼 방법이 없었을뿐더러 그의 존재조차 희미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김일 등이 역도산의 제자였으며 일본에서 영웅적 존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그만큼 역도산은 우리에게 먼 이방의 존재였다.
그처럼 먼 인물을 소개도 하기 전에 내면을 파고든다는 것은 상당히 모험적 시도다.
그 길을 걸어간 송 감독은 역도산의 내면을 이해했는지 몰라도 정작 관객은 몰랐던 셈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100억 원을 쏟아부었다는 엄청난 제작비와 혼신을 다한 설경구의 연기가 빛이 바랜듯해서 안타깝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최신 영화치고 화질이 평범하다.
특히 극장판에서 잘려나간 장면들이 감독판에 일부 새로 들어갔는데, 해당 부분의 화질이 떨어진다.
심지어 화면비도 약간 다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그다지 많지 않다.
참고로 송 감독과 설경구, 프로듀서 등이 참여한 음성해설은 송감독의 자화자찬이 지나쳐 거슬린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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