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울프팩 2012. 6. 10. 07:36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박제화된 낭만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세레나데를 부르고, 느끼한 말을 하며 상대의 관심을 끄는 작업들이 낭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장난처럼 웃음을 유발한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기 때문이다.
사랑도 인스턴트 라면 식으로 가벼워져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영화는 부감샷으로 잡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 풍경을 토이렌즈로 잡아, 마치 장난감 세상처럼 보여준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진지한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주는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최진실 박중훈이 주연하고 강우석 감독이 만든 '마누라죽이기'처럼 이 영화도 아내에게서 달아나고 싶은 남자를 다뤘다.
잔소리만 늘어 놓는 지겨운 아내와 이혼할 방법을 찾는 남편, 이 세상 모든 여자를 사로잡는 마력의 카사노바, 세상이 온통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아내 등 설정부터 영화는 희화적이다.

여기에 과정 자체를 예측 불허의 코믹한 대사와 상황으로 채워 넣어 웃음이 빵빵 터지게 만든다.
그렇다고 마냥 억지 춘향 식의 코미디는 아니다.

쏟아내는 주옥같은 대사들을 들어보면 상당히 공감갈 만한 부분이 많다.
특히 '여고괴담2'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여성 심리 묘사에 강한 민규동 감독의 장기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공감가는 내용과 더불어 영화가 즐거울 수 있었던 비결은 배우들의 깜짝 변신이다.
언제나 얌전만 떨던 임수정이 수다스런 모습으로 변신한 점도 눈에 띄지만 압권은 류승룡이다.

'고지전' '최종병기 활' 등에서 묵직한 캐릭터로만 나온 류승룡은 특유의 개성이 코미디에서도 빛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낭만파 로맨티스트였던 시라노같은 그의 대사와 모습들이 많이 생각난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이해이고, 상대를 알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웃음 속에 다시 일깨워 준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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