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돈의 맛

울프팩 2012. 5. 20. 21:05

임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언제나 욕망에 천착한다.
'하녀'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 그의 작품들은 항상 돈과 섹스, 권력 등 가장 구질구질한 욕망을 직시한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메스를 들이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직설적인 화법은 특별한 쾌감을 선사하며 화제를 뿌린다.

그러나 잘못 들이댄 메스는 오히려 고통만 키운다.
'돈의 맛'은 그런 작품이다.

잘못 스친 칼날이 사방 가득 역겨운 피비린내만 풍겼다.
남성판 '하녀', 아니 '하인'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재벌가에서 온갖 궂은 일을 처리하는 집사 같은 청년이 보게되는 잘못된 부자의 삶을 다뤘다.

하지만 최상위 1%의 모습을 다뤘다고 하기엔 너무 피상적이다.
부도덕한 성관계, 권력층을 향한 뇌물과 마약, 살인 등 온갖 소문으로만 돌던 악행의 집합체 같은 모습이다.

그렇지만 어느 것 하나 정교하지 못하다.
그래서 공감이 가지 않고 불쾌하기만 하다.

이야기가 부실하고 진부하면 볼거리라도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볼거리 조차 없다는 게 문제다.
특히 스타 파워가 부실하다.

마치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모인 중위권 축구팀을 보는 것 같다.
리오넬 메시나 웨인 루니 같은 구심점을 형성할 스타급 스트라이커가 없다.

그래서 더더욱 '하녀'의 후속작을 표방한 이 작품이 전도연이 활약한 '하녀'에 못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결성을 강조하기 위해 집어넣은 것으로 보이는 임 감독의 전작 '하녀'나 오마주 컷으로 삽입한 김기영 감독의 1960년대 원작 '하녀'는 오히려 넣지 않는게 나았을 것 같다.

연결성을 강조하기에는 연결 고리가 너무도 취약하고, 감히 원작과 견주기에는 함량이 택도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윤여정과 김강우의 베드씬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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