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있었던 스포츠 시합을 영화화 하는 것은 사실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일이다.
이기던 지던 승부를 향한 극적인 드라마가 절반은 완성돼 있기 때문.
나머지 절반은 과정의 간극을 메우는 에피소드들이다.
그런 점에서 문현성 감독의 '코리아'는 이미 절반의 점수를 따고 시작했다.
1991년 제 41회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남북한이 한 팀을 이뤄 결승까지 올라가 극적인 금메달을 땄으니, 그야말로 가슴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각종 수식어와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그 사실 만으로도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남한의 탁구영웅 현정화와 북한이 낳은 세계적인 탁구선수 이분희가 세계 1위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과정에 남북한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우여곡절을 양념처럼 섞어 넣었다.
제작진은 최대한 감정 과잉을 자제하려고 했다지만, 오글거리는 대사들은 어쩔 수 없다.
워낙 사실 자체가 드라마틱한 만큼 좀 더 담백하게 갔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금메달 주역인 현정화가 직접 지도한 만큼 하지원과 배두나의 탁구 경기 모습은 꽤나 그럴 듯 했다.
여기에 CG의 도움을 받아 적절하게 슬로 모션과 클로즈업을 가미해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다만 영화를 보다보면 남자팀은 거의 들러리처럼 나오는데, 이 부분이 아쉽다.
사실 대회 당시 주목의 대상은 여자팀이 아닌 유남규가 버티고 있는 남자팀이었다.
그러나 남자팀은 단체전 8강에서 스웨덴에 지면서 생각보다 일찍 탈락하는 바람에 모든 관심이 여성팀에 집중됐다.
유남규에 따르면 당시 처음으로 오렌지색 공이 도입되면서 적응이 되지 않아 공을 치는데 힘들었다고 한다.
오렌지색 공은 흰 공과 달리 길게 공의 궤적이 남으면서 제대로 공을 맞히기 힘들었단다.
우리 선수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이 문제를 지적해 결국 1년 뒤 다시 흰 공으로 바뀌었단다.
감정과잉과 과장된 에피소드가 거슬리긴 하지만 비교적 역사적 사실을 드마라로 잘 구성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땅의 냉엄한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한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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