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화차

울프팩 2012. 3. 18. 00:30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2012년)는 김민희를 새로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정체불명의 여인을 연기한 김민희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면서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연기로 원작 소설에서 걸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만큼 김민희의 연기는 자연스러웠고, 많이 나오지 않는데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었다.
퇴물 형사로 나온 조성하를 비롯해 간호사 한나 역의 김별 등 주인공을 받친 배우들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원래 이 작품은 일본의 인기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1992년 출간한 동명의 미스테리 소설이 원작이다.
제목인 화차는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의 영혼을 태운 채 지옥으로 달려간다는 일본 전설 속 불마차로, 올라타면 내릴 수 없단다.

경제 위기에 몰린 여인이 타인의 삶을 훔쳐서 사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충격적이면서, 국가 경제는 발전해도 개인의 삶은 피폐할 수 밖에 없었던 일본 사회가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본 TV아사히에서도 지난해 드라마로 방영했을 정도로 원작이 힘이 대단했다.

하지만 변영주 감독의 영화 역시 원작 못지 않게 훌륭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나서 원작이 궁금해 질 정도로 잘 만들었다.

원작의 메시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 현실에 맞게 설정을 잘 바꿨고, 시종일관 이야기가 궁금해 끝까지 보게 만들 만큼 변 감독의 연출이 훌륭했다.
도심 속 저런 풍경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하늘을 불태우던 노을과 사선으로 비낀 제천 계단 장면 등은 변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읽을 수 있는 인상깊은 장면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많은 우리 현실을 비춰보면 영화 속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영화는 주인공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일본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군데 군데 약간 늘어지는 감은 있지만, 섬뜩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가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의미심장하게 던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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