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울프팩 2012. 7. 21. 17:11
배트맨이 나오는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꽤 재미있게 봤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가 컸다.
다크나이트는 밤을 좋아하고 박쥐 복장으로 숨어 다니는 배트맨 특유의 음울한 서정을 잘 담아낸 시리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년)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암울한 분위기는 참담할 정도로 깊어져 도시 하나가 파멸의 위험에 잠긴다.

악이 강할수록 영웅은 돋보이는 법.
언제나 그렇듯 무력한 공권력을 대신해 악을 응징하는 배트맨의 활약이 전작 못지 않게 요란하다.

하지만 전작들보다 배트맨의 등장이 많이 줄었다.
영웅도 나이를 먹어 관절이 예전 같지 않고 주먹도 많이 약해졌다.

그 바람의 영웅은 강철같은 악당 베인을 만나 죽도록 고생한다.
다른 슈퍼히어로물과 달리 유독 더 심한 고초를 겪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처럼 영웅을 혹사시켜 그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부재는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그만큼 배트맨을 기다린 사람들을 안달나게 만드는 연출이다.

하지만 왜 그리 말이 많아졌는지, 길게 늘어놓는 사설은 지나친 메시지 과잉이다.
'인셉션'부터 놀란 감독은 갑자기 설교를 늫어놓는 종교 지도자처럼 변했다.

그의 철학적 메시지를 긴 사설로 늘어놓으려 하고 영상으로 가르치려 든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여서, 그 점이 영화의 점수를 크게 깎아 먹는다.

워낙 수많은 슈퍼히어로들이 스크린에서 설치는 탓에 영웅의 고뇌와 그들이 전하려는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에 사람들은 중독이 될 지경이다.
그렇다고 레슬링처럼 무조건 육박전을 벌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동어반복적인 사설은 짧을 수록 좋다.

놀란 감독의 늘어지는 사설 탓에 유독 상영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팀 버튼의 간결한 배트맨 시리즈와 조커, 리들리, 펭귄맨 등 귀여운 악당들이 그리워졌다.

악당들과 경찰들의 난장이 어이없긴 했지만, 그럼에도 막판 배트맨의 활약은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에 충분히 어울릴 만큼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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