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연가시

울프팩 2012. 7. 25. 08:23
이 영화를 보고나면 강원도 계곡에 놀러가기가 찜찜할 것 같다.
하필 영화 속 사건의 발단이 강원도 계곡의 물놀이에서 시작되기 때문.

박정우 감독의 '연가시'(2012년)는 공포영화가 아닌 재난영화다.
곤충의 몸 속에 사는 기생충이 사람의 몸에 파고 들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 존재하는 기생충인 연가시를 다룬 점이 돋보였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에 사는 기생충으로, 신경조절 물질을 분비해 곤충이 물 속으로 뛰어들에 자살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는 마치 징그러운 촌충처럼 묘사됐는데, 실제로 2미터까지 자란 연가시도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재난영화의 흥행요소를 고루 갖췄다.

제작진 또한 재난영화의 흥행코드를 그대로 답습하며 안전하게 영화를 이끈다.
위기에 처한 가족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 '에일리언'처럼 몸 속에 파고들어 사람을 죽이는 생명체, 이권에 눈이 먼 악당들까지 숱한 재난영화에서 익히 봐왔던 코드들이다.

따라서 실제 존재하는 기생충을 소재로 삼은 점은 돋보였지만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한 점이 한계다.
이왕이면 에이리언처럼 연가시가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던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더라면 더 큰 공포와 긴장을 선사했을텐데 연가시는 안전하게 숙주의 몸에만 머물고 전염되지 않는다.

희생자와 안전한 사람들이 뚜렷이 구분되면서 공포와 긴장은 확산되지 않는다.
여기에 해결책까지 확실하게 보이다보니 오히려 해결과정이 지루하고 답답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색다른 소재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그에 미치지 못한 실망스런 작품이다.
참고로 언론보도에 따르면 연가시는 사람의 몸에 파고들 확률이 거의 없으며 설령 유충이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하더라도 살아남기 어렵고 변종이 등장할 확률도 낮아서 영화 속 같은 재난은 일어나지 않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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