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는 격동의 시대였다.
월남전부터 문세광 사건, 박정희 대통령 서거까지 일련의 사태들이 10년의 역사 속에 소용돌이 치듯 지나갔다.
특히 월남전은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이상문의 '황색인' 등 월남전 소재 소설들을 통해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만큼 월남전은 70년대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떼어낼 수 없는 정서의 한 부분이다.
여기에 익숙한 노래까지 한 자락 곁들인다면 옛날 앨범을 다시 들추는 것처럼 지나간 시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으로 가슴 한 켠이 저려온다.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2007년)가 바로 그런 영화다.
벌써 제목에서부터 신중현이 만들고 김추자가 부른 같은 제목 노래의 서러운 가락이 들려오는 것 같다.
가부장적 질서가 나라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던 시절,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사람들과 함께 남편을 찾아 월남으로 떠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스토리보다는 70년대 향수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향수 만으로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여주인공은 사랑도 애틋함도 없는데 이역만리 사지까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남편을 찾아갈까.
영화는 이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주지 않는다.
막판 반전 아닌 반전 속에 절로 탄성이 터지기는 하지만 과연 모두가 그 메시지에 공감을 할 지는 의문이다.
이 감독도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겸허하게 반성한다"고 우스개 소리처럼 말했지만, 결국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점에서는 실패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은 이 작품을 주저없이 "인생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그만큼 애착이 갔기 때문이리라.
다른 것은 몰라도 수애가 부른 '님은 먼 곳에'만큼은 잊을 수 없다.
김추자가 비음섞인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른 원곡이 끈끈한 점액질이라면, 수애의 서툰 노래는 귓전을 훑는 서늘한 바람이다.
그래서 오히려 가슴이 더 아프다.
'라디오스타'만큼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못지 않게 좋은 작품으로 간직하고픈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기에, 심사를 맡은 모 영화상에서 이 작품이 각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해 여러모로 아쉬웠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 영상은 블루레이 때문에 높아진 눈으로 보면 성에 차지 않는다.
떨어지는 샤프니스와 이중윤곽선도 보이고, 색감마저 탁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특히 소리의 방향감이 확실하다.
2번째 디스크에는 제작과정, NG와 뮤직비디오, 시사회 풍경, 70년대 베트남 참전 용사와 가수 현미의 위문공연 회고담 등의 부록이 들어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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