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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디 워'를 향한 진중권의 독설

울프팩 2007. 8. 27. 23:50
난 진중권의 글을 좋아한다.
우선 그의 글은 논리에 모순이 없고 표현이 직설적이다.
즉, 논리정연하며 시원시원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한 회에 연거퍼 터지는 홈런처럼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표현이다.
독설이 폭죽처럼 난무하는 그의 글은 거침이 없어 시원하면서도 마치 내가 바늘에 찔리는 것처럼 아프다.
글의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내가 그 정도이니 논쟁의 반대편에 선 사람들에게는 비수가 아닐까 싶다.

절정은 내일자(28일 화요일) 한국일보에 실리는 '진중권의 상상'(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8/h2007082718052486330.htm)이라는 칼럼이다.
연 4주에 걸쳐 내리 심형래 감독의 '디 워'와 이를 옹호하는 네티즌을 글로서 두들겨댄 진중권은 이번주에 대미가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급기야 대중(글의 흐름을 보면 네티즌으로 봐도 무방하다)을 '돌무더기'에 비유했다.

진중권은 이번 칼럼에서 사람들이 '디 워'에 환호하는 이유를 대중지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언론이 어떤 조건을 갖춰야 지성이 되는 지 전혀 고려없이 무조건 축성한 '대중지성'때문이라는 것.
그는 "돌멩이를 산더미처럼 쌓아봐야 어차피 돌무더기, 거기서 지성이 나오는 건 아니다"라고 강타를 날렸다.

그가 그렇게 본 배경에는 나름대로 논리정연한 까닭이 있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얻을만한 정보가 거의 없고, 간혹 있는 것도 외국 사이트의 것을 퍼다가 번역해 놓은 정도라는 것.
그래서 한국의 인터넷에는 정보가 아니라 반감과 교감이 주를 이룬다고 봤다.
그러니 이런 척박한 풍토에서 무슨 지성이 싹트겠냐는 뜻이다.

그의 주장이 백번 옳다고 해도 돌무더기 운운하며 대중들을 설복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그는 대중을 설득할 뜻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저 배설하듯 자기의 논리를 내세우고 수용여부는 상대의 몫으로 남겨놓았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대중은 가르치려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썼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등 현학적인 예시까지 들어가며 대중을 무시한다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과히 기분이 좋을리 없고, 설령 그의 논리가 100% 맞더라도 반발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점이 안타깝다.
그의 글은 대단히 재미있으면서 내 편을 많이 만들지 못하는 것도 그런 탓이 아닐까 싶다.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글을 시원하게 쓸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당대 석학이요 지성인 진중권이 이를 모를리 없으리라고 본다.
그래서 그의 도전적인 글쓰기가 안타까우면서도 위험해 보인다.
지성인의 무기가 꼭 논쟁과 토론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디 워' 논란 때문에 진중권을 싫어하는 분들에게도 진중권의 글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상대를 알아야 제대로 된 논쟁이 가능하다.
꼭 반대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그의 글은 배울 점이 많다.
아울러 논리를 제대로 풀어가는게 어떤 것인지를 맛깔스럽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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