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서 장기간 머물지 않는 한 다양한 날씨를 경험하기 힘들다.
특히 여행은 날 좋을 때 가기 때문에 궂은 날씨의 풍경을 만나기 쉽지 않다.
예전에 들렸던 뉴욕(New York)도 머무는 기간 내내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눈이나 비가 왔을 때 뉴욕 풍경이 궁금했다.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A Rainy Day in New York, 2018년)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영화다.
뉴욕에서 태어나 '맨하탄'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 등 뉴욕을 사랑하는 우디 앨런이 또다시 뉴욕을 영화에 담았다.
특이하게 이번 작품은 비 오는 뉴욕 거리가 배경이다.
야들리 칼리지에 다니는 개츠비(티모시 샬라메 Timothee Chalamet)는 학보사 기자인 여자 친구 애슐리(엘르 패닝 Elle Fanning)의 뉴욕 취재 길에 동행한다.
뉴욕이 고향인 개츠비는 애슐리가 유명 영화감독을 인터뷰하는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옛 친구를 만난다.
뜻하지 않게 쏟아진 비처럼 갑작스럽게 만난 사람들은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 된다.
마찬가지로 애슐리 역시 영화판 사람들에게 휩싸이며 뜻밖의 일들을 겪는다.
우디 앨런은 언제나 그렇듯 특유의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이 작품에서도 다뤘다.
그 안에서 뒤바뀐 인연을 통해 진정한 관계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어찌 보면 인연이란 갑자기 내린 소낙비만큼이나 뜬금없기도 하고 예고 없는 운명 같기도 하다.
앨런 감독은 이런 메시지를 전매특허 같은 수다스러운 대사 속에 쏟아낸다.
마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대사가 쏟아진다.
배우들이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무심한 듯 내레이션을 섞어 대사를 쏟아낸 티모시 샬라메나 상큼한 매력을 선보인 엘르 패닝, 담담하면서도 정열적인 모습의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 등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더불어 이탈리아의 거장인 비토리오 스토라로(Vittorio Storaro) 촬영감독이 찍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카우프만 아스토리아 스튜디오(Kaufman Astoria Studio),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 등 비에 젖은 뉴욕 풍경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작품 개봉 당시 우디 앨런이 미투 파문에 휩싸인 것이다.
그 바람에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1080p 풀 HD의 2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그러나 블루레이 특유의 샤프니스가 높은 화질은 아니다.
앨런이 필터링된 색감과 영상을 강조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영상이 부드러워졌다.
색감 또한 은은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재즈 음악이 부드럽게 공간을 감싸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렇다 할 부록은 없다.
예고편이나 다름없는 짤막한 영상들이 몇 편 들어 있을 뿐이다.
본편 한글 자막 중에 탈자가 있어서 '고교 동창 중에서'를 '교 동창 중에서'로 적어 놓았다.
보다 철저한 자막 감수가 필요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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