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Lady Bird, 2018년)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다.
특히 자식이 커가면서 주관이 뚜렷해지면 어쩔 수 없이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감정 충돌에 예민한 사춘기 소녀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얼샤 로넌이 연기한 여주인공 레이디 버드는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졸업반이다.
본명 외에 호처럼 따로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로 자의식이 강한 그는 대도시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도이지만 자그마한 소도시인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그는 누가 사는 곳을 물으면 샌프란시스코라고 거짓말할 만큼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당연히 대학도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큰 학교로 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엄마는 실직한 아버지와 가정 형편을 감안해 지역 대학에 갈 것을 권한다.
결국 레이디 버드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엄마와 충돌을 빚으며 스스로 꿈을 이룰 방법을 찾는다.
여기에 친구 관계마저 뜻대로 되지 않으며 사춘기 소녀를 힘들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강한 공감대를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비록 영화 속 장소는 미국이지만 우리나라로 옮겨 놓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해 연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이야기이다.
그만큼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춘기 소녀들이 가질 만한 진로나 이성친구 문제 등으로 부모와 갈등을 빚을 만한 이야기들을 설득력 있게 잘 다뤘다.
이를 통해 그레타 거윅 감독은 엄마의 딸의 끈끈한 사랑을 강조한다.
겉으로 티격태격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지울 수 없는 부모 자식 간의 핏속부터 뜨거운 사랑이 절절하게 흐른다.
이를 잘 알기에 부모나 자식도 거칠게 대립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항상 서로를 걱정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을 영화는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며 때로는 애틋하게 잘 표현했다.
여기에는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영상 곳곳에 올올이 배어있다.
새크라멘토가 고향인 거윅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상당 부분 투영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의 현실적인 고민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더불어 차분한 영상도 칭찬하고 싶다.
'프란시스 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이기도 한 거윅 감독은 연출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신인답지 않은 깊이 있는 영상을 보여준다.
물론 관록의 카메라맨인 샘 레비 촬영감독의 솜씨이기도 하지만 '프란시스 하'를 비롯해 거윅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일련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인물의 내면을 관조하는 듯한 침착함이 배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시얼샤 로넌, 로리 멧칼프, 비니 펠드스타인, 루카스 헤지스 등 배우들의 진솔한 연기도 좋았다.
영화처럼 사춘기 딸을 둔 엄마라면 함께 볼 만한 작품으로 권하고 싶다.
새삼 거윅 감독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게 만든 작품으로,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대된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소프트한 화질이다.
윤곽선이 부드러운 편이며 질감이 거칠고 색감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윤곽선이 날카롭고 쨍한 느낌의 색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그렇게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예고편, 감독과 촬영감독의 음성해설 등이 들어 있다.
HD 영상으로 만든 제작과정은 한글자막이 있으나 음성해설은 한글자막이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엄마를 연기한 로리 멧칼프와 레이디버드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한 그레타 거윅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에 녹여냈다.
레이디버드처럼 새크라멘토에서 자란 거윅 감독은 어려서 고향을 부정했으나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밝혔다.
거윅 감독은 현장감을 살린다고 흔드는 핸드헬드 촬영을 싫어한다. 그는 세상을 스틸 사진처럼 보기를 원해서 의도적으로 프레임에 짜맞춘 듯한 영상을 택했다.
영화의 주된 줄기는 모녀의 사랑이야기다.
레이디버드라는 가명은 그냥 어감이 좋아서 감독이 지었다고 한다. 거윅 감독은 작명을 창조성을 띤 종교적 행위로 봤다. 이름을 지으면서 새로 정체성을 갖는다는 것.
레이디버드와 하룻밤을 보내는 밴드 멤버 역할은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 피아니스트인 그는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잘한다고 한다.
거윅 감독은 2015년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브루클린'이라는 작품으로 영화제를 찾은 시얼샤 로넌을 만났다. 이후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그를 낙점했다.
레이디버드와 비니 펠드스타인이 연기한 줄리의 관계는 부가적인 사랑이야기다.
새크라멘토는 캘리포니아의 주도이지만 농업, 광업이 주로 발달해 있다.
거윅 감독이 원래 지은 제목은 '엄마와 딸'이다. 샘 레비 촬영감독은 거윅이 출연한 '프란시스 하'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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