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아멜리아 (블루레이)

울프팩 2018. 12. 29. 22:40

무용극 '아멜리아'(Amelia, 2002년)는 에드아르드 록이라는 위대한 안무가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돋보기에 만든 작품이다.

9명의 무용수가 등장해 1시간가량 펼치는 이 공연은 영상을 위해 제작된 현대 발레다.


엄밀히 말하면 발레라고 한정 짓기 힘들 만큼 현대 무용과 체조, 마임 등이 뒤섞여 있으며 다분히 영상을 위한 카메라 워크와 조명이 적절하게 가미됐다.

즉 이 작품은 무대 위에서 공연용으로 제작된 게 아니라 아예 상영을 목적으로 만든 영상물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발레 공연이라면 보기 힘든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안무가가 강조하는 메시지와 느낌을 전달한다.

마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서부극을 보는 것처럼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얼굴을 크게 잡거나 부감샷을 통해 무용수들이 그려내는 도형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 어떤 장면은 오손 웰즈 감독의 '시민 케인'처럼 세트 바닥을 파내서 카메라를 위치시켜 무용수가 마치 허공에 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장면들은 공연장에서는 절대 볼 수 없고 영상으로만 감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 무용수인 셈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조명이다.


조명의 위치와 밝기에 따라 무대 위 무용수들의 모습이 때로는 마네킹 같고 때로는 마리오네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부감샷으로 잡은 영상에서는 정작 무용수들이 점처럼 작고 사선처럼 기울인 조명에 따라 그림자가 세트 바닥에 거대하게 투영되며 마치 그림자 인형극을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한마디로 사람과 카메라, 조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빚어낸다.

이 작품의 각본과 안무, 편집, 세트 디자인, 촬영 등 모든 것을 도맡은 에드아르드 록은 무용과 카메라 움직임, 조명, 무대 디자인 등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고려해 구성한 듯싶다.


특히 정지 동작과 움직임을 잘 활용한 안무, 춤과 점핑 컷을 오가는 역동적인 화면 등은 마치 무용으로 만든 '매트릭스'를 보는 듯하다.

그만큼 고전 발레나 일반적인 무용극에서 볼 수 없는 기이한 영상들로 어우러진 작품이다.


음악은 데이비드 랭이 맡았으며, 가사들은 루 리드의 여러 노래들에서 영감을 받아 짜깁기해 재구성했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디테일이 떨어져 아쉬운 화질이다.

입자가 거칠게 두드러지며 윤곽선이 예리하지 못하다.


PCM 5.0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부록으로 에두아르드 록의 음성해설과 비하인드씬, 단편 안무 영상 등이 들어 있는데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에두아르드 록이 1980년에 창단한 캐나다 무용단 라라라 휴먼 스텝스가 공연한 무용극이다.

사방이 막힌 무대는 단풍나무로 만든 마루 조각을 조립해 만들었다.

무대 안에 카메라가 들어가 깔려 있는 레일 위로 이동하거나 이동식 밀차를 타고 움직이며 촬영.

여성 무용수가 뒤에 있는 남성 무용수보다 약간 떠 보이는 영상은 무대 세트를 파내고 카메라가 들어간 뒤 낮은 위치에서 촬영.

극단적인 클로즈업은 일반 무용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LG아트센터, 캐나다 오타와의 국립아트센터, 파리와 암스테르담, 몬트리올 아트센터 등이 협력해 이 작품을 공동 제작했다.

안드레아 보드맨, 낸시 크롤리, 미스타야 헤밍웨이, 키르 나이트, 춘홍 리, 버나드 마틴, 제이슨 쉬플리 홈스, 빌리 스미스, 나오미 스티크맨, 조피아 투야카 등 9명의 무용수가 참여.

에두아르드 록은 좋아하는 가수인 루 리드의 노래 'Sunday Morning' 'Heroin' 'I am Waiting' 'I'll be your Mirror' 등의 노래들에서 가사를 가져와 편집했다.

영상은 슈퍼16 카메라로 촬영한 뒤 HD 트랜스퍼 작업을 거쳤다.

조명과 그림자를 적절하게 잘 활용했다.

에두아르드 록은 1954년 모로코에서 태어났다. 그는 1957년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한 뒤 콘코디아 대학에서 영화 및 문학을 공부했다.

이 작품은 2002년 10월 20일 체코 프라하에서 처음 상영됐다.

에두아르드 록은 20세 때인 1974년 안무가 생활을 시작했고 1980년대 무용단 라라라 휴먼 스텝스를 만들었다. 이후 그는 데이비드 보위, 프랭크 자파, 백남준 등과 협업했다.

라라라 휴먼 스텝스는 경영난 때문에 2015년 9월 해산했다.

아멜리아 - 라 라 라 휴먼 스텝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