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물었던 '봄날은 간다'가 이상이었다면,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는 이 작품은 현실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9년)는 '영원히 완벽한 사랑은 없다'는 평범하면서도 무서운 진리를 이야기한다.
주인공 벤자민(브래드 피트)은 노인으로 태어나 청년으로 인생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연인의 늙어가는 모습을 봐야하고 남들처럼 아빠 노릇을 하기도 힘들다.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과 인생이 엇갈리는 순간 남는 것은 불행 뿐이다.
결국 남과 다른 삶은 고통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랄드의 단편 '재즈이야기'를 훌륭한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은 단편이지만 영화는 한 사람의 탄생부터 사망까지 인생을 들여다보며 유장하게 흘러간다.
그렇다보니 갈등도 없고 호흡이 다소 긴 편인데, 이를 데이빗 핀처 특유의 꼼꼼하고 수려한 영상이 보상해준다.
주인공이 순탄한 삶을 살며 손자까지 보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굴레에 갇힌 애잔한 사랑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1080p 풀HD 영상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최신작답게 흠잡을 곳 하나 없이 훌륭하다.
돌비트루 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풍성한 부록이 들어 있는데 감독해설부터 제작과정까지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특히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록들도 모두 HD 영상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여주인공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의 회상으로 진행된다. 특수 분장을 통해 80대 노인처럼 보이는 케이트. 딸 역은 줄리아 오몬드가 맡았다.
흉측한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버림받은 아기는 특수 제작한 무선 조종 인형이다.
7세 소년의 모습이어도 브래드 피트의 얼굴이 뚜렷하다. 이는 어린이만한 어른이 연기한 뒤 '트랙'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별도 촬영한 브래드 피트 얼굴을 대신 입혔다. 그래서 벤자민 역할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덩치가 각각 다른 여러 배우가 연기.
영화 촬영의 대부분은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했다. 태풍 카타리나가 휩쓸고 간 이 고장을 알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루이지애나주에서 영화 촬영시 세금 공제를 해주기 때문.
바다 장면이 대부분 매트 페인팅을 이용한 스튜디오 촬영이다. 이를 위해 LA에 위치한 소니 스튜디오에서 길이 27m, 폭 9m의 배를 제작해 짐벌 위에 올려놓고 흔들며 촬영.
러시아의 무르만스크로 나오는 곳은 실제로는 몬트리올이다. 인조 눈을 뿌리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배경을 그려 넣은 것.
원래 핀처 감독은 틸다 스윈튼 역할에 다른 여배우를 지명했으나 브래드 피트가 내켜하지 않아 무산됐다. 틸다 스윈튼은 브래드 피트가 직접 추천했다.
예인선과 유보트가 충돌하는 해전 장면 역시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다. 이 작품의 시각효과는 디지털 도메인이 맡았다.
뉴올리언스에 있는 오토반 공원에서 촬영한 장면. 케이트 블란쳇이 춤추는 장면은 대역이 연기하고 CG로 케이트 얼굴을 입혔다. 발레 장면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촬영.
아름다운 이 장면은 뉴올리언스의 폰차트레인 호수에서 촬영. 구름은 CG로 만들어 넣었다. 촬영은 클라우디오 미란다가 맡았다.
이 작품은 91년 무렵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쉰들러리스트'로 바빠진 스필버그가 손을 뗐고, 이후 론 하워드, 스파이크 존스 감독에게 차례로 넘어갔으나 모두 거꾸로 나이를 먹는 모습을 표현할 길이 없어 맡지 못해, 결국 데이빗 핀처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 역시 핀처 감독의 전작 '조디악'처럼 디지털 방식인 바이퍼 카메라로 촬영.
브래드 피트는 이 작품을 위해 얼굴에 초록색 페인트같은 물질을 바르고 얼굴 표정 연기만 컴퓨터로 따로 입력하는 촬영을 했다. 그렇게 촬영한 표정이 노인의 몸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장면에 쓰였다.
각본은 '포레스트 검프' '뮌헨' '알리' 등을 쓴 에릭 로스가 썼다.
케이트 블란쳇의 붉은 머리는 가발이다.
발레리나로 나오는 케이트 블란쳇의 의상은 조지 발란신의 애인이었던 발레리나 타나킬 르클레르를 모델로 삼았다.
벤자민의 딸로 나오는 아기는 실제 브래드 피트의 친딸인 샤일로다. 케이트 블란쳇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꼬마 아가씨는 다코타 패닝의 동생인 엘르 패닝.
3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을 보상해 주는 마지막 15분.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엔딩이다.
'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드스탁 페스티벌 (블루레이) (8) | 2009.08.07 |
---|---|
테웨이 감독 수묵화 애니 콜렉션 (6) | 2009.07.29 |
파고 (블루레이) (2) | 2009.07.04 |
터미네이터(블루레이) (22) | 2009.07.01 |
차마고도 (블루레이) (6) | 2009.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