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테웨이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은 참으로 특이하다.
중국 전통의 수묵화를 그대로 애니로 옮겨 놓은 것.
현란한 색채와 요란한 캐릭터의 움직임 대신 먹의 농담과 여백의 미가 그대로 화면에 살아 있다.
특히 수묵화 특유의 물이 번지면서 생기는 농담을 그대로 살려 산의 원근을 표현한 것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보고 있노라면, 오래된 병풍 속 그림이 움직이는 것 같아 신기하고 경이롭다.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새로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자국 문화를 멋지게 살린 위대한 노작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1915년에 상하이에서 태어난 테웨이 감독은 35년부터 49년까지 만화가로 활동하며 상하이스튜디오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49년부터 장춘 동북영화제작소에서 연출을 맡다가 57년에 상하이 만화영화제작소를 세웠다.
그때부터 화선지에 먹으로 그리는 수묵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화선지에 먹과 북으로 캐릭터를 그리고 이를 따로 따서 다중 촬영을 통해 풍경과 합치는 방법을 사용했다.
60년에 발표한 '엄마를 찾아나선 올챙이들' 63년 '피리부는 목동' 등의 작품들은 수묵화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명작이 됐다.
이번에 국내 출시한 '테웨이 감독 수묵화 애니 콜렉션' DVD 타이틀은 2장의 디스크에 '피리부는 목동' '엄마를 찾아나선 올챙이들' '산수정' 등 3편의 대표작이 수록됐다.
4 대 3 풀스크린 방식의 DVD 영상은 잡티, 스크래치 등 필름 손상의 흔적이 그대로 들어 있는 등 좋은 편은 아니다.
아무래도 49년 전 작품이니 무리도 아니다.
그래도 테웨이 감독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소중한 타이틀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테웨이 감독에 대한 24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파워DVD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수묵화의 특징은 윤곽선이 없다는 점. 먹이 그대로 번져나가기 때문. 따라서 힘있는 붓질로 형태를 살리는 점이 중요하다.
멀리 안개와 구름에 가려진 듯한 산봉우리, 그리고 소가 올라선 언덕 등을 먹의 농담 만으로 훌륭하게 표현.
테웨이 감독은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이웃집 형의 소개로 광고회사에 도제로 들어가며 그림을 배웠다.
중국 현대 산수화의 대가 리커란의 화풍에 기초해 만들었다. 실제 리커란이 그림을 직접 그렸다.
88년 작품 '산수정'.
그는 광고회사에서도 틈나는 대로 만화를 그리다가 근무태만으로 해고 당했다.
'산수정'은 음악도 훌륭하다.
1960년 작품인 '엄마를 찾아나선 올챙이들'.
DVD 콜렉션은 감독의 90세 생일을 맞아 중국의 후배들이 제작했다.
1950년대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세계 최초의 수묵 담채 애니메이션이다. 3개 작품 중 유일하게 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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