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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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든 올스타즈 섬머 라이브 2003

울프팩 2014. 9. 5. 10:55

사당 또는 사잔 오루스타즈라고 부르는 일본의 국민 밴드 서든 올스타즈(southern all stars)를 알게 된 것은 약 20년 전 일본 도쿄에서 만난 두 사람 덕분이다.

1996년 도쿄 출장을 갔다가 일본서 아주 오래 산 친구를 만났다.

 

가수 최혜영과 서든 올스타즈

 

현지 유명 기획사에 근무하던 그는 저녁을 먹기 위해 만난 시부야의 어느 식당으로 지인을 불렀다.

찾아온 지인을 보니 '어디서 본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뜻밖에도 유명 가수 최혜영이었다.

 

아주 맑고 깨끗한 목소리의 그는 1984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시절, 대학가요제를 준비하다가 지구레코드에 발탁돼 첫 출연한 KBS 쇼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에서 '그것은 인생'을 불러 일약 스타가 됐다.

이후 2집까지 냈으나 1987년 갑자기 결혼을 하며 연예계를 떠났다.

 

그런 그를 도쿄에서 만날 줄 상상도 못했다.

놀라기는 최혜영도 마찬가지, 특히 상대가 기자여서 더욱 놀란 모양이다.

 

당시 그는 1993년 이혼 후 일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만난 동포에 대한 반가움으로 금새 친구처럼 어울렸고, 식사 후 내가 묵고 있던 뉴오타니 호텔 방으로 다함께 몰려가 미니바를 거덜 낸 뒤, 최혜영의 제안으로 노래방을 갔다.

 

당시 일본 노래방에는 한국 가요도 곧잘 있어서 최혜영에게 '그것은 인생'을 신청했으나 안타깝게 없었다.

대신 최혜영이 부른 노래는 처음 듣는 애잔한 곡이었는데 아주 좋았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바로 서든 올스타즈의 노래였다.

바로 다음날, 친구와 시부야의 HMV로 달려가 그들의 음반을 샀다.

 

당시만 해도 일본 가요의 국내 수입이 금지된 시절이어서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그들의 음반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이후 서든 올스타즈의 팬이 돼서 일본 출장을 갈 때 마다 그들의 싱글과 앨범 CD 등을 열심히 샀다.

 

최혜영은 나중에 귀국해서 강남에 일식집을 차렸다는 연락을 해왔고, 새로 취입한 음반도 보내줬다.

그 후 소식이 끊겼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경기도에서 라이브하우스를 운영한단다.

 

그러다가 며칠 전 뜻밖의 얘기를 하나 들었다.

그의 딸이 제이민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데뷔했다는 소식이다.

 

일본에서 들은 적이 있지만 딸 이야기를 그동안 함구했기에, 뜻밖의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놀라웠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반증이리라.

 

데뷔 40년을 바라보는 국민 밴드

 

서든 올스타즈는 데뷔 36년 된 노장 밴드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니, 놀라운 생명력과 변치 않는 활동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 밴드는 1978년 아오야마가쿠인대학의 동급생 6명이 결성했다.

밴드 이름은 멤버들이 서든 록을 좋아해서 붙였다고 한다.

 

이들은 독특한 가사와 창법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1979년 '이토시노 에리'(いとしのエリー)가 크게 히트하며 일약 스타가 됐다.

이 곡은 미국의 유명 가수 레이 찰스를 비롯해 박상민 등이 리메이크해 유명하다.

 

이후 내놓는 곡들마다 인기를 끌어 30년간 4,700만장의 음반을 판매했다.

특히 일본 드라마 '모토카레'에 쓰인 2000년 발표한 '쓰나미'(tsunami, http://wolfpack.tistory.com/entry/서든-올-스타즈-Tsunami)는 약 290만장이 팔리며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인기의 중심에는 리드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구와타 케이스케가 있다.

1956년생인 그는 대부분의 밴드 곡을 작사 작곡했으며 구와타 밴드를 이끌고 솔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토시노 에리', '손나 히로시니 다마사레테'(そんなヒロシに騙されて), '사요나라 베이비'(さよならベイビ-) 등 밴드 곡들도 좋아하지만, 구와타 밴드의 '원데이', 'Blue ~ こんな夜には踊れない' 등의 노래를 더 좋아한다.

그는 서든 올스타즈에서 키보드와 노래를 담당하는 하라 유코와 부부이기도 하다.

 

서든 올스타즈는 2008년 30주년 콘서트를 끝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가 2013년 복귀해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기념비적 타이틀 '섬머 라이브 2003'

 

무려 4장짜리 DVD로 2004년 출시된 '섬머 라이브 2003'은 2003년 7월 28일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삿포로, 나고야, 고베, 요코하마를 거쳐 9월7일 오키나와에서 마무리된 밴드의 25주년 기념 공연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오키나와 공연은 디스크 1과 2에 고스란히 수록됐고 나머지 지방 공연들은 디스크 3과 4에 걸쳐 편집 수록됐다.

 

관중과 하나가 돼서 축제를 즐기듯 어우러지는 밴드 특유의 신명나는 공연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구와타의 익살맞은 표정과 코믹한 몸동작, 경우에 따라서는 수위가 높은 성적 동작까지 어우러져 마치 악동들의 놀이를 보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은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널리 알려진 곡들이 수록돼 밴드의 팬이라면 볼 만 한 타이틀이다.

디지팩으로 구성된 두툼한 패키지는 디자인에도 공을 들여 소장 가치를 높였다.

 

2004년 일본 출장 길에 출시되자마자 바로 구입한 이 타이틀은 당시 가격이 1만엔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품절돼서 찾을 수도 없지만 어쩌다 온라인에 신품이 나오면 4만엔에 육박한다.

그동안 쌓여 있던 DVD 타이틀 더미에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다시 발견해 틀어 보니 옛 기억이 새롭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블루레이와 비교할 수는 없고, DVD 기준으로 평범한 화질이다.

이중윤곽선과 블록노이즈도 보이지만 라이브의 열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음향은 PCM 방식이며, 부록 및 자막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2003년 7월28일 후쿠오카, 8월 4~5일 삿포로, 8월 16~17일 나고야, 8월23~24일 고베, 8월30~31일 요코하마, 9월6~7일 오키나와 공연을 4장의 디스크에 담았다. 

익살맞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리더 구와타 케이스케. 그는 2010년 식도암에 걸려 고생했다. 그의 아버지와 누이도 2004년과 2008년 각각 복막염과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78년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동급생인 구와타와 하라 유코, 세키구치 카즈유키(베이스), 노자와 히데유키(타악기), 마츠다 히로시(드럼), 오모리 다카시(기타) 등 6명이 밴드를 결성. 오모리는 2001년 탈퇴했다. 

 무대 위에서 성적 묘사도 거침없이 해댄다. 이들은 처음에 요령 부득의 가사와 독특한 퍼포먼스로 괴짜 취급을 받았으나 지금은 그들만의 개성강한 곡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밴드 뿐 아니라 백댄서들도 독특한 춤을 추는데, 공연 도중 무용수들이 팬티를 벗어 객석으로 던지기도 한다. 물론 팬티를 두 겹으로 입고 나온다. 

타이틀은 1, 3번 디스크에 본 공연을 담았고 2, 4번 디스크는 앵콜곡 위주로 구성했다. 3번 디스크에 삿포로 공연때 부른 유명한 '쓰나미'가 들어 있다. 

이들은 지난해 일본의 과거사 교육을 비판한 '피스와 하이라이트'라는 신곡을 내놓기도 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등을 닮은 가면을 쓴 인물들이 나와 다투는 장면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은 끊임없이 노래와 춤을 따라한다. 이들의 곡은 국내 가수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쳐 젝스키스의 '폼생폼사'가 이들의 곡 'そんなヒロシに騙されて'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클론은 '블루 인 더 나잇' 중간에 'Blue ~ こんな夜には踊れない'을 집어 넣기도 했다.

Southern All Stars (서던 올 스타즈) - ピ-スとハイライト (CD Special Goods) (완전생산한정반)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Southern All Stars (서던 올 스타즈) - 東京Victory (완전생산한정 フレ!フレ!パッケ-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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