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삼의 '영웅본색'처럼 사나이들의 피같은 우정을 다룬 홍콩 느와르는 사실 프랑스 느와르가 원전이다.
프랑스 느와르 중에서도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을 다룬 걸작이 바로 '아듀 라미'(Adieu L'ami, 1968년)다.
장 허먼 감독이 무려 40년전에 만든 이 영화는 세기의 미남 알랑 들롱과 터프 가이 찰스 브론슨이 기막힌 콤비를 이뤄 이야기를 끌어갔다.
특히 찰스 브론슨은 당시까지 조연에만 머물다가 이 작품을 계기로 특유의 콧수염을 기르고 출연해 주연으로 우뚝 선다.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아 지하금고를 털려던 두 사내가 오히려 음모에 빠지는 내용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해결되지만 두 사람은 씁쓸한 결말을 맞게 된다.
지금 다시 봐도 추리소설처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와 알랑 들롱과 찰스 브론슨 등 두 명배우가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무섭게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경찰에 끌려가는 찰스 브론슨에게 알랑 들롱이 담배불을 붙여주는 엔딩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명장면이다.
최근 출시된 DVD는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으로 표기됐지만 실제로는 4 대 3 레터박스 포맷이다.
화질도 비디오 테이프 수준.
그냥 예전의 명작을 다시 볼 수 있다는데 만족한 타이틀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는 없다.
부록도 전무하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연을 맡은 찰스 브론슨과 알랑 들롱은 전직 프랑스 외인부대원으로 나온다.
찰스 브론슨은 '빗속의 방문객'에서 유리창을 향해 호두를 던지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가득찬 컵에 음료수가 넘치지 않도록 동전을 빠트린다. 치기어린 장난 같지만 그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장면들이다.
찰스 브론슨이 극중 맡은 역들은 여인에게 결코 친절하지 않다. 이번 작품에서도 여인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비열한 모습을 보여준다.
70년대 꽃미남의 상징 알랑 들롱. 1935년생인 그는 4세때 부모가 이혼해 계부밑에서 컸다. 학교를 다닐 때는 갖은 말썽을 피워 여러 번 전학을 다녔고 결국 14세때 학교를 때려친다.
알랑 들롱은 그후 푸줏간 등에서 일하다 3년 뒤 군대에 자원 입대해 인도차이나에 파병된다. 5년간 낙하산부대에 있었지만 거기서도 사고를 쳐 11개월 동안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알랑 들롱은 결국 군에서 불명예 제대한 뒤 외판원, 웨이터 등 궂은 일을 하다가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59년 '태양은 가득히'였다. 잘 생긴 외모 뒤에 악마성을 감춘 열연으로 일약 그는 스타가 됐다. '태양은 가득히'는 나중에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로 리메이크됐다.
찰스 브론슨의 본명은 찰스 부친스키. 마치 러시아식 이름같아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 개명했다.
낯익은 여배우는 '금지된 장난'의 소녀이자 '라붐'의 소피 마르소 엄마로 나오는 브리짓드 포세.
결국 사건은 두 악녀들의 최후로 종결된다. 기관총을 맞고 죽어가는 여인들 뒤로 마치 팜므 파탈을 상징하듯 웃고 있는 여인의 그림이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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