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오는 날, 낯선 이방인이 프랑스 마을에 나타난다.
여인은 몰랐지만 이방인은 강간 전과가 있는 흉악한 탈주범이었다.
이방인은 여인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강간을 하다가 여인의 총에 살해당한다.
남편이 알게 될까봐 두려웠던 여인은 시체를 바다에 던져 버린다.
며칠 뒤 그 마을에 또다른 낯선 사내가 나타난다.
거액을 훔쳐 달아난 강간범을 뒤쫓던 미군 수사관이다.
사내는 여인이 강간범을 죽였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사내는 강간범이 갖고 있던 돈의 행방 때문에 여인을 집요하게 추궁한다.
그 과정에서 사내는 외간 남자와 바람을 핀 어머니 때문에 아버지가 떠나버린 여인의 과거를 알게 된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여인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면 남편이 떠날까봐 두려워 한다.
그래서 사내는 바닷가에서 강간범의 시체를 찾아낸 날, 여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여인의 손에 강간범이 죽을 때 쥐고 있던 여인의 단추를 돌려준다.
그렇게 어느 비오는 날 벌어졌던 사건은 사내와 여인의 가슴 속에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묻힌다.
프랑스의 거장 르네 클레망 감독이 만든 '빗속의 방문객(Rider On The Rain, Le Passage De La Pluie, 1970년)은 프랑스 영화가 전성기를 누리던 70년대의 걸작이다.
미스테리한 스릴러 속에 알듯 모를듯 은은한 사랑이 흐르던 이 작품은 르네 클레망이라는 거장이 빚어낸 영상미와 수사관을 연기한 찰스 브론슨의 묘한 매력, 프란시스 레이의 애잔한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특히 유리창에 호두를 던져 껍질을 깨던 찰스 브론슨의 독특한 행동과 프란시스 레이의 멜로디는 이 작품의 상징이다.
찰스 브론슨은 이 작품을 비롯해 '아듀 라미' 등 프랑스에서 작업한 일련의 느와르물로 하드 보일드의 상징같은 존재로 우뚝 섰다.
1980년대 주말의 명화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본 뒤 프란시스 레이의 음악과 찰스 브론슨의 매력에 흠뻑 빠져 DVD가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최근 뒤늦게 국내 출시됐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DVD는 너무 실망스럽다.
케이스에는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으로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4 대 3 풀 스크린이다.
당연히 좌, 우 화면이 뚝 잘려나가 르네 클레망의 황금같은 영상이 손상을 입었다.
화질도 비디오 테이프 수준이어서 DVD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0 채널을 지원하지만 역시 서라운드 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부록도 전무하다.
비록 DVD 타이틀은 허접하게 나왔지만 과거의 걸작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다.
<파워DVD로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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