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수작 '악마의 씨'(Rosemary's Baby, 1968년)는 영화보다 책으로 먼저 만났다.
1970, 80년대 검은 색 표지가 특징이었던 손바닥만한 동서추리문고에서 '로즈마리 베이비'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당시 읽기 힘든 세로쓰기 문고판인데도, 악마숭배자들이 평범한 여인을 유인해 악마의 자식을 임신하게 만드는 내용이 어찌나 충격적이던지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흥미진진한 이 작품을 쓴 주인공은 걸출한 추리소설 작가 아이라 레빈.
그는 많지 않은 작품을 썼지만 데뷔작 '죽음의 키스'부터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스텝포드 와이프'까지 모두 뛰어난 작품성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화됐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악마의 씨'는 제목 그대로 악마 숭배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결코 괴물이나 귀신 등 무서운 존재가 아닌 우리가 흔히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악마 숭배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등골이 더 오싹하다.
이웃의 친절이 때로는 파멸로 이끄는 유혹일 수 있다는 불신의 공포를 심어준 작품이다.
영화는 소설과 또다른 기묘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만 폴란스키 특유의 훔쳐보는 듯한 카메라 워킹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공포감을 자아내기 때문.
그래서 이 작품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오컬트 영화의 효시가 됐다.
이 작품 이후 '엑소시스트' '오멘' '캐리' 등 오싹한 심령 공포물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이 영화와 관련해 아이라 레빈과 함께 잊을 수 없는 또다른 인물은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
미아 패로우가 이 작품에서 선보인 숏커트는 바로 비달 사순의 솜씨다.
올해 5월 9일 84세 나이로 타계한 비달 사순은 혁명적인 헤어 디자이너로 꼽힌다.
고데기로 지지고 볶아서 틀어올리는 머리가 유행이던 1960년대 과감히 가위 하나로 여성들의 머리를 활동하기 편하도록 남자처럼 싹뚝싹뚝 잘라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는 당시 페니미즘 물결을 타고 여성해방의 기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 바람에 로만 폴란스키 감독도 당시 런던에 머물던 그를 1회 5,000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미국으로 초빙해 미아 패로우의 머리를 맡겼다.
더불어 이 영화와 함께 떠오르는 비극적인 인물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인 배우 샤론 테이트이다.
샤론 테이트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결혼한 이듬해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온 몸을 난도질 당해 숨졌다.
범인들은 연쇄 살인마 찰리 맨슨을 추종하는 무리들.
마약에 찌든 이들이 저지른 만행은 하필 이 작품 개봉 후 이듬해 일어나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그만큼 이 작품을 둘러싼 화제도 많지만, 작품 자체가 훌륭하다.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 화면 구성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잘 맞아 떨어졌으며 크리스토퍼 코메다가 담당한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음악 또한 잊지못할 작품이다.
예전에 나왔던 파라마운트 타이틀은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이었으나 최근 필름21에서 나온 타이틀은 무판권인지 1.85 대 1 레터박스 포맷이다.
화질은 잡티와 블록노이즈가 보이는 등 그저 그렇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로즈마리를 연기한 미아 패로우. 그는 '보그'의 표지모델도 했다. 마치 악마의 성채를 연상시키는 듯한 고딕풍 건물. 뉴욕의 센트럴파크 웨스트에 있는 다코타 아파트에서 촬영. 공교롭게 이 곳 입구에서 존 레논이 총에 맞아 숨졌다. 폴란스키 감독은 처음에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에게 주인공 부부 역할을 의뢰했으나 두 사람 모두 거절했다. 그래서 존 카사베츠와 미아 패로우에게 배역이 넘어갔다. 이웃집 노파로 나온 루스 고든은 이 작품으로 72세 나이에 제 41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과 제 26회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이 작품으로 일약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굴곡이 많았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제 2차 세계대전때 고향인 폴란드가 나치 독일에 점령당해 유대인 거주지역인 게토에서 생활하다가,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 아버지가 빼돌려 살아났다. 어머니는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폴란스키 감독은 1969년 아내가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은 뒤 1977년에 13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잭 니콜슨이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집으로 13세 소녀를 불러 술과 약물을 먹이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 그는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 1978년 보석 상태에서 프랑스로 달아났다. 폴란스키 감독은 무려 31년을 미국을 비롯해 미국과 범죄자인도조약을 맺고 있는 영국을 방문하지 않았으나 2009년 느닷없이 스위스에서 체포됐다. 이후 강간은 아니었다는 여성의 진술 등으로 스위스 정부가 미국의 송환 요청을 거부하면서 2010년 석방됐다. 원작자인 아이라 레빈은 1997년 후속작 '로즈마리의 아들'을 미아 패로우에게 바쳤다. 레빈은 2007년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낱말맞추기 등을 이용해 이웃의 정체를 추적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비달 사순의 숏커트는 당시 충격이었다. 영화에서 남편이 내뱉는 "도대체 머리가 왜 그 모양이냐"는 대사는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다.
1970, 80년대 검은 색 표지가 특징이었던 손바닥만한 동서추리문고에서 '로즈마리 베이비'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당시 읽기 힘든 세로쓰기 문고판인데도, 악마숭배자들이 평범한 여인을 유인해 악마의 자식을 임신하게 만드는 내용이 어찌나 충격적이던지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흥미진진한 이 작품을 쓴 주인공은 걸출한 추리소설 작가 아이라 레빈.
그는 많지 않은 작품을 썼지만 데뷔작 '죽음의 키스'부터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스텝포드 와이프'까지 모두 뛰어난 작품성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화됐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악마의 씨'는 제목 그대로 악마 숭배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결코 괴물이나 귀신 등 무서운 존재가 아닌 우리가 흔히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악마 숭배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등골이 더 오싹하다.
이웃의 친절이 때로는 파멸로 이끄는 유혹일 수 있다는 불신의 공포를 심어준 작품이다.
영화는 소설과 또다른 기묘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만 폴란스키 특유의 훔쳐보는 듯한 카메라 워킹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공포감을 자아내기 때문.
그래서 이 작품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오컬트 영화의 효시가 됐다.
이 작품 이후 '엑소시스트' '오멘' '캐리' 등 오싹한 심령 공포물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이 영화와 관련해 아이라 레빈과 함께 잊을 수 없는 또다른 인물은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
미아 패로우가 이 작품에서 선보인 숏커트는 바로 비달 사순의 솜씨다.
올해 5월 9일 84세 나이로 타계한 비달 사순은 혁명적인 헤어 디자이너로 꼽힌다.
고데기로 지지고 볶아서 틀어올리는 머리가 유행이던 1960년대 과감히 가위 하나로 여성들의 머리를 활동하기 편하도록 남자처럼 싹뚝싹뚝 잘라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는 당시 페니미즘 물결을 타고 여성해방의 기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 바람에 로만 폴란스키 감독도 당시 런던에 머물던 그를 1회 5,000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미국으로 초빙해 미아 패로우의 머리를 맡겼다.
더불어 이 영화와 함께 떠오르는 비극적인 인물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인 배우 샤론 테이트이다.
샤론 테이트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결혼한 이듬해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온 몸을 난도질 당해 숨졌다.
범인들은 연쇄 살인마 찰리 맨슨을 추종하는 무리들.
마약에 찌든 이들이 저지른 만행은 하필 이 작품 개봉 후 이듬해 일어나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그만큼 이 작품을 둘러싼 화제도 많지만, 작품 자체가 훌륭하다.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 화면 구성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잘 맞아 떨어졌으며 크리스토퍼 코메다가 담당한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음악 또한 잊지못할 작품이다.
예전에 나왔던 파라마운트 타이틀은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이었으나 최근 필름21에서 나온 타이틀은 무판권인지 1.85 대 1 레터박스 포맷이다.
화질은 잡티와 블록노이즈가 보이는 등 그저 그렇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주인공 로즈마리를 연기한 미아 패로우. 그는 '보그'의 표지모델도 했다. 마치 악마의 성채를 연상시키는 듯한 고딕풍 건물. 뉴욕의 센트럴파크 웨스트에 있는 다코타 아파트에서 촬영. 공교롭게 이 곳 입구에서 존 레논이 총에 맞아 숨졌다. 폴란스키 감독은 처음에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에게 주인공 부부 역할을 의뢰했으나 두 사람 모두 거절했다. 그래서 존 카사베츠와 미아 패로우에게 배역이 넘어갔다. 이웃집 노파로 나온 루스 고든은 이 작품으로 72세 나이에 제 41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과 제 26회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이 작품으로 일약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굴곡이 많았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제 2차 세계대전때 고향인 폴란드가 나치 독일에 점령당해 유대인 거주지역인 게토에서 생활하다가,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 아버지가 빼돌려 살아났다. 어머니는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폴란스키 감독은 1969년 아내가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은 뒤 1977년에 13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잭 니콜슨이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집으로 13세 소녀를 불러 술과 약물을 먹이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것. 그는 체포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 1978년 보석 상태에서 프랑스로 달아났다. 폴란스키 감독은 무려 31년을 미국을 비롯해 미국과 범죄자인도조약을 맺고 있는 영국을 방문하지 않았으나 2009년 느닷없이 스위스에서 체포됐다. 이후 강간은 아니었다는 여성의 진술 등으로 스위스 정부가 미국의 송환 요청을 거부하면서 2010년 석방됐다. 원작자인 아이라 레빈은 1997년 후속작 '로즈마리의 아들'을 미아 패로우에게 바쳤다. 레빈은 2007년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낱말맞추기 등을 이용해 이웃의 정체를 추적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비달 사순의 숏커트는 당시 충격이었다. 영화에서 남편이 내뱉는 "도대체 머리가 왜 그 모양이냐"는 대사는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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