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시카고 (블루레이)

울프팩 2012. 11. 17. 08:24

'All That Jazz'라는 노래로 유명한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 '시카고'(Chicago, 2002년)는 매력적인 영화다.
살인을 저지르고 감독에 갇힌 여죄수들이 살려고 몸부림치는 내용.

재미있는 것은 하나같이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기와 거짓말, 권모술수로 일관한다는 것.
얼마나 배심원을 잘 속이고 언론을 이용해 눈물샘을 자극해 무죄를 받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통해 미국 배심원제도의 문제점, 선정적인 주제를 향해 달려드는 옐로 저널리즘, 돈만 밝히며 재판을 부추기는 변호사 등 미국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만큼 법을 속이는 악녀들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이를 풀어낸 노래와 춤도 흥겹다.

아무래도 뮤지컬의 승부수는 노래와 춤에서 갈리는 법인데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성공했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노래가 귀에 익을 만큼 이 작품의 노래들은 작품을 떠나 따로 히트했다.

이를 르네 젤위거, 캐서린 제타 존스, 리차드 기어, 퀸 라티파 등 유명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환상적인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만큼 배우들의 춤과 노래가 훌륭했고, 롭 마샬 감독의 연출이 뛰어났다.

극단 감독 출신인 롭 마샬 감독은 스크린의 특징을 잘 살려 원작 뮤지컬과 차별화하며 성공했다.
성공 비결은 무대 특성을 잘 아는 감독이 화려한 무대 구성과 배우들의 긴박한 몸놀림 등을 정확하게 영화로 재현한데 있다.

여기에 무대에선 힘든 다양한 특수 효과와 무대를 헤집는 카메라 움직임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제 6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조연상, 편집상, 의상상 등 6개 부문 상을 거머쥐었다.

원작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지 못했다면 충분히 대안이 될 만한 잘 만든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어두운 장면에서 플리커링 등 노이즈가 보이지만 현란한 색감 등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아 공간을 풍성한 소리로 채운다.
부록으로 감독해설, 제작과정, 각 노래들의 촬영과정, 삭제 장면 등이 모두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이 타이틀 역시 블루레이와 DVD 타이틀이 각각 2장의 디스크에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롭 마샬 감독이 연출 및 감독을 맡았다. 제 6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타면서 1969년 '올리버' 이후 뮤지컬 영화로는 오랜만에 작품상을 받았다.
원래 뮤지컬 배우 출신인 캐서린 제타 존스의 노래와 춤 실력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 60회 아카데미시상식과 제 56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여주인공 록시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는 깜짝 노래실력을 선보여, 제 60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뮤지컬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뮤지컬에서 록시 역할은  연출가였던 밥 포시의 아내 그웬 버돈이 했다.
원래 이 작품은 시카고트리뷴에서 사쓰마와리, 즉 경찰기자를 했던 모린 왓킨스가 취재한 실화를 토대로 직접 쓴 희곡이었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여성들의 비극적인 사연들을 주로 기사화했는데, 그 중 헤어지자는 말에 동의한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인 뷸라 애넌이라는 여성에게서 영감을 얻어 희곡을 썼다.
모린 왓킨스의 희곡은 1926년 '작고 용감한 여인'이라는 연극으로 상영됐고, 1927년 '시카고'라는 제목의 무성 영화로 제작됐다. 1942년에 진저 로저스가 주연을 맡아 '록시 하트'라는 제목으로 다시 영화화됐다.
이를 뮤지컬로 만든 사람은 뛰어난 연출가이자 안무가였던 밥 포시였다. 그는 작곡가 존 칸더와 작사가 프레드 엡에게 곡을 의뢰해 1975년 뮤지컬로 만들어 10년 동안 장기 공연할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극 중 감옥으로 나온 곳은 실제 감옥을 그대로 본따서 토론토에 만든 대형 세트다. 뮤지컬 공연 당시 주인공 록시를 연기한 그웬 버돈이 의상에 달린 깃털을 삼켜 입원했을 때 '카바레'로 성공한 유명 뮤지컬 스타인 라이자 미넬리가 자진 출연해 한 달 동안 공백을 메꿨다.
라이자 미넬리는 자신이 더 잘하면 나중에 그웬의 복귀에 지장이 있을까봐 우려한 밥 포시를 안심시키기 위해 일체 출연 사실을 홍보하지 않았고 포스터에서 이름도 뺀 채 공연 당일 관객들에게만 알렸다. 라이자 덕분에 그웬의 공백으로 사라질 뻔한 공연이 장기 흥행에 들어갔다.
변호사를 연기한 리차드 기어. 록뮤지컬 공연 '그리스'의 주연을 맡기도 했던 그는 노래와 춤은 물론이고 피아노도 곧잘 연주한다.
살인을 저지른 여주인공은 물론이고 기자들까지 변호사의 각본에 놀아나는 대목을 복화술사 연기로 꾸민 이 장면이 롭 마샬 감독의 상상력으로 뮤지컬과 차별화한 부분이다. 재미있는 구성을 통해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마릴린 먼로를 흉내냈다는 지적을 받은 장면. 아닌게 아니라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의 마릴린 먼로를 연상케 한다. 체조선수 출신으로 치어리더를 했던 르네 젤위거는 남자들의 손 위를 걷는 연기를 직접 했다.
롭 마샬 감독은 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작품상을 받아 '게이샤의 추억' '캐리비안의 해적4' 등을 연출했다. 원래 제작진은 영화화를 위해 바즈 루어만 감독을 찾아갔으나 그가 20세기폭스사와 이미 3편의 작품을 계약한 상태여서 롭 마샬 감독에게 맡겼다.
'Mr. Cellophane'이라는 노래로 의외의 노래솜씨를 뽐낸 존 C 레일리. 그는 노래를 직접 녹음해 보내 이 역을 따냈다.
밥 포시가 만든 뮤지컬은 곡과 곡이 장면 전환을 이어가는 컨셉트 뮤지컬이었다. 밥 포시는 리허설 중 심장병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뒤 우울해져 극의 분위기를 우울하고 냉소적으로 바꿨다.
탭 댄스는 리차드 기어가 3개월 동안 배워 직접 추었다. 밥 포시는 뮤지컬 성공 이후 영화 구상을 했으나 갑자기 죽어 영화화가 중단됐다.
캐서린 제타 존스가 연기한 벨마 켈리는 벨마 가드너라는 실제 여죄수를 모델로 했다. 원작 희곡에서 벨마의 역할은 미미했으나 밥 포시가 뮤지컬로 만들면서 키웠다.
화려한 극장은 화가 레지날드 마쉬의 그림 '코러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작품 배경인 1920년대 금주법 시대에 극장들은 마약을 탄 술을 팔고 쇼를 공연했다.
Chicago (시카고) OST (Special Limited Edition)
OST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시카고 (DVD BD)한정판: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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