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의 해외 기지에서 해병대원이 살해당한다.
용의자는 두 명의 선임병들이다.
평소 훈련에 뒤쳐져 골칫덩이였던 후임병을 과하게 혼내주다가 탈이 났다.
코드 레드(code red)였다.
우리는 군대에서 얼차려라고 부르는 기합을 미군들은 코드 레드라고 부른다.
우리 군대에서도 병사들 간에 가혹행위를 금지하지만 미군도 코드 레드를 금지한다.
그런데도 코드 레드가 필요하다고 보는 지휘관은 이런 행위를 묵인하거나 심지어 지시하기도 한다.
관타나모 기지의 해병 부대장도 코드 레드를 지시했다.
하지만 전도유망한 이 지휘관은 옷을 벗을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를 감추기 위해 병사들에게 살인죄를 덮어 씌운다.
졸지에 살인범이 된 두 사병을 변호하기 위해 변호 경력이 일천한 해군 법무관이 선임된다.
그러나 평소 적당히 형량을 협상해 재판까지 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이 법무관은 끝까지 사건을 파고든다.
결코 두 사병을 구해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로브 라이너 감독의 '어 퓨 굿 맨'(A Few Good Men, 1992년)은 실화에 바탕을 둔 참으로 흥미진진한 법정 드라마다.
그것도 폐쇄된 군대 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변호사와 검사에 해당하는 두 법무관이 불꽃 튀기는 법정 대결을 펼친다.
아무래도 법정 드라마인 만큼 액션이 아닌 대사에 의존하는 영화여서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제대로 된 증거도 없고 유력한 증인마저 사라져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향해 한 발씩 다가가는 젊은 법무관(톰 크루즈)의 싸움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여기에는 아론 소킨이 쓴 탄탄한 대본과 캐릭터를 잘 살린 배우들의 연기, 이를 응집력 있게 표현한 감독의 연출력이 있다.
아론 소킨은 이 작품이 영화 데뷔작이지만 '머니 볼'을 비롯해 TV 드라마 '웨스트 윙' '뉴스룸' 등 스토리가 훌륭한 작품들을 써낸 작가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대사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이 작품 속에서도 "넌 진실을 감당하지 못해"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죄" 등 명대사들이 쏟아졌다.
특히 톰 크루즈와 케빈 베이컨이 법정에서 벌이는 치열한 법리 공방과 포효하듯 내뱉는 잭 니콜슨의 주장은 어지간한 액션 못지않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를 위해 로브 라이너 감독은 법정 속 배우들의 동선과 작은 움직임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화면에 쉼 없이 변화를 줬다.
대표적인 것이 교범을 흔들며 주장을 편 뒤 자리로 돌아가는 케빈 베이컨의 손에서 책을 낚아채 변론을 펼치는 톰 크루즈의 움직임이다.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이 장면은 움직임 자체가 요란한 액션 못지않게 극적이다.
잘 만든 법정 드라마는 액션극 저리가라 할 만큼 꽤 재밌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도 좋은 편.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방향감이 확실해 서라운드 효과가 분명하다.
부드럽게 울리는 잔향음이 들을 만하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연극에서 영화로 제작된 배경, 감독의 음성해설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나오는 해병 의장대 장면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생들이 대신 연기했다. 군에서 미 해병 의장대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
이 작품은 실화인 데이비드 콕스 사건을 기초로 했다. 작가인 아론 소킨이 대학 졸업 후 필리스 호텔에서 바텐더로 일할 때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누나 데브라가 해군 법무관실에서 일하며 겪은 사건을 희곡으로 썼다.
해병대원이었던 데이비드 콕스는 1986년 관타나모 기지에서 근무할 때 부대의 부조리를 상원의원에게 편지로 알린 사병을 여러 소대원과 함께 린치를 하는 코드 레드를 시행했다.
사병은 의식을 잃었으나 병원으로 급히 옮겨 목숨을 건졌다. 콕스를 비롯한 해병대원들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정 투쟁 끝에 단순 폭행으로 30일 구속된 뒤 풀려났다. 바다에 뜬 군함은 매트 페인팅으로 그려 넣었다.
캘리포니아 라구나 비치 남쪽에서 관타나모 기지 장면을 촬영. 데이비드 콕스는 영화 개봉 후 자신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영화를 만든 제작사를 상대로 옛 소대원들과 함께 소송을 벌였다.
콕스는 소송 중 여러 언론과 군대 내 코드 레드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그러던 중 1994년 그는 숲에서 총격을 당한 시체로 발견됐다.
콕스를 죽인 범인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 군 문제를 까발려 군에서 죽였다는 설과 제대 후 그가 일하던 배송회사 UPS에서 콕스의 고발로 잘린 비리 직원이 죽였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산페드로의 해안경비대장 집에서 해병 부대장 관사 장면을 촬영.
콕스의 변호사는 군대를 의심한다. 콕스가 사체로 발견 당시 해병대 점퍼를 입고 있었고 목과 가슴에 총격당한 모습이 처형 방식과 흡사했기 때문.
아론 소킨의 누나는 코드 레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쿠바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 얘기를 들은 소킨은 이를 희곡으로 썼다.
소킨의 희곡으로 연극을 제작한 데이비드 브라운은 영화 제작도 겸하고 있어서 영화 판권을 동시에 추진했다. 그래서 연극이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영화 판권이 팔렸다.
소킨의 누나가 조사한 관타나모의 코드 레드 사건도 영화처럼 경험 없는 변호사가 피고 측 변호를 맡았고 노련한 법무관이 검사를 했다. 소킨은 이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짓으로 봤다.
피고로 나온 흑인 병사를 연기한 울프강 보디슨은 배우가 아니다. 로브 라이너 감독의 영화 '미저리'에 참여한 연출부원이었으나 감독이 복도 밖으로 지나가던 그를 우연히 보고 섭외했다.
아론 소킨은 누나를 포함해 집안에 변호사가 많다. 그래서 법정 대사가 실감 난다.
이 작품은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해 2.40 대 1 화면비로 찍었다. 촬영 감독인 로버트 리차드슨이 애너모픽 렌즈를 제안했다.
변호인 측에서 공군 사병 2명을 증인으로 법정에 데려오는 장면은 연극에 없는 부분이다.
마킨슨 중령이 톰 크루즈를 찾아오는 부분도 연극과 다르다. 연극에서는 마킨슨이 변호사에게 편지를 보낸다. 마킨슨 중령을 연기한 J.T 월시는 1998년 사망했다.
제목은 소수정예(a few good men)라는 뜻의 미 해병대 슬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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