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연애의 온도

울프팩 2013. 3. 29. 18:39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는 그만그만한 사랑 이야기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어줍잖은 일로 다투다가 헤어져 다시 만나는, 일상적인 연애의 과정을 되풀이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과정이 치열하다는 점.
육두문자를 날리고 서로의 선물을 때려부수며 사랑이 증오로 변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날 것 그대로의 연애'라고 했지만 다른 말로 하면 흔한 연애다.
이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음직한 이야기는 그만큼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반면, 굳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돈내고 봐야 할 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노 감독은 직장 커플인 주인공들의 주변 사람 이야기와 캐릭터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에 덧칠을 했다.

은행 다니는 사람들이 보면 불쾌하지 않을까 싶은 사내 불륜 이야기부터 지나치게 신경질적이고 예민한게 아닌가 싶은 남자 주인공(이민기)의 과한 행동까지 재미를 위한 양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본류의 흐름이 특별할 게 없다보니 이야기에 빠져들기 힘든 난점이 있다.

세월의 탓일까,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저런 관계라면 헤어지는게 백번 나을 것 같다는 부정적 인식만 심어준다.

초반 과한 핸드헬드로 잡은 접사는 속이 불편할 정도로 어지럽다.
관객이 보는 화면이 커다란 와이드스크린이라는 사실을 잊어 버린 듯.

이렇다 할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 그림이나 음악도 없는 무색무취의 연애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목을 비슷하게 짓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연애의 목적'이 자꾸 떠오르는데, 볼거리나 이야기거리에서 한참 뒤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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