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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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희 (블루레이)

울프팩 2014. 5. 18. 08:15

한 여자를 아는 세 남자가 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한 여자와 친구 이상의 각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들에게 여자는 각각의 상대이지만, 세 남자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아는 '우리의 여자'다.

홍상수 감독은 이 미묘한 차이를 1시간 28분의 시간 안에 재미나게 풀어냈다.

 

'우리 선희'(2013년)는 언제나 그렇듯 홍 감독만의 시각이 돋보이는 독특한 영화다.

모두의 연인이면서 각자의 연인인 선희가 보여주는 입장차를 각각의 남자들이 펼쳐내는 논리 속에 잘 살려냈다.

 

특히 상대의 따라 바뀌는 남자들의 논리는 진실을 가장한 위선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식인 연하는 먹물들의 허장성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을 허망한 웃음과 황당한 상황으로 잘 다듬어낸 작품이다.

 

굳이 다듬었다는 표현 자체가 무색할 만큼 영화는 무심하게 흘러간다.

어찌보면 스토리도 없고 기승전결 없이 허망하게 흘러 간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인물들의 헛헛한 대화와 비틀린 관계가 펼쳐내는 미묘한 긴장관계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홍 감독 영화에서는 대사의 결을 따라가는게 중요하다.

"형, 뭐해요?" "응, 뭐해" 오랜 만에 찾아온 후배의 인사를 받는 선배의 화법처럼 홍 감독만이 구사하는 특유의 화법이 이 작품에서도 반짝반짝 빛난다.

 

더불어 영화적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훔쳐보는 듯한 홍 감독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들이다.

특히 연기하지 않고 생활한다는 느낌이 들 만큼 자연스런 대사처리를 잘하는 배우들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에 등장한 정유미, 정재영, 김상중, 이선균 등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좋았다.

벌써 이번 작품으로 홍 감독 영화에만 6회나 출연한 정유미는 이제 홍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 느낌이다.

 

홍 감독 영화에 얼굴을 처음 내민 정재영은 어찌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지 앞으로 홍 감독 영화에서 자주 보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범상치 않은 대사와 돌발적 행동, 그리고 인물들의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관계가 빚어내는 황당한 상황이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이 잘 살아 있다.

 

음향은 DTS-HD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는 거의 없다.

부록으로 예고편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C에서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우정출연 정도로 잠깐 얼굴을 내미는 이민우. 

남자들의 비슷한 속성을 보여주듯 의상 톤이 비슷하다. 이민우와 김상중은 겉옷 안에 붉은 셔츠를 받쳐 입었고, 이선균은 겉에 붉은 재킷을 입었다. 의상도 홍 감독이 직접 골랐다. 

홍 감독이 영화 속에서 즐겨 찾는 건대가 이번에도 등장. 건대 주변의 핫썬치킨 등이 상호 그대로 등장. 

홍 감독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음주 장면. 실제로 술을 마시며 촬영. 상반신을 잡는 앵글도 거의 비슷하다. 예지원이 마담 역할로 잠시 등장. 

정유미가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도 선희 역을 연기. 그는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단편 '리스트'를 포함해 이번이 홍 감독과 함께 한 6번째 작품이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줌인과 줌아웃은 마치 옛날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또 컷 분할도 많지 않고 장소 이동도 제한적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홍 감독의 쪽대본은 여전했던 모양. 배우들은 아침에 대사를 받았고, 심지어 내레이션도 촬영 당일 상황에 따라 결정했다. 

홍 감독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노래 한 곡을 온전하게 삽입했다. 마치 등장인물들의 인연을 보여주는 듯한 노래 '풍각쟁이 은진'은 원래 1941년 이난영이 부른 '고향'을 최은진이 다시 녹음한 노래다. 홍 감독이 카페 아리랑에 들였다가 주인인 최은진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사용하게 됐다. 

여자 때문에 만나가 된 세 사람이 여자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면서 남자들끼리 창경궁 데이트를 하게 되는 장면이 헛헛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전국에서 6만8,000여명이 들었다. 홍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 66회 로카르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우리 선희 (1disc)
홍상수 감독/정재영 출연/예지원 출연/이선균 출연/이민우(1976) 출연/김상중 출연/정유미 출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우리 선희 (초회한정판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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