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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시즌3 (블루레이)

울프팩 2014. 5. 15. 10:22

시리즈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BBC TV의 '셜록 시즌3'(Sherlock, 2013년)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약간 생경한 작품이다.

시즌1과 2의 에피소드들이 코난도일경이 쓴 원작 소설 가운데 어떤 작품을 토대로 만들었는 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반면 시즌 3는 이를 헤아리기 힘들다.

 

여러 작품이 하나의 에피소드에 복합적으로 녹아있기 때문.

'빈 영구차' 에피소드는 '빈 집' '서식스의 뱀파이어' '사랑의 정체' '노우드의 건축업자' 등 다양한 작품들에서 일부를 차용했다.

 

'세사람' 에피소드는 '4인의 서명' '등이 굽은 남자'를, '마지막 서약' 에피소드는 코난도일의 다른 소설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의 모험'과 '노란 얼굴' '입술 뒤틀린 남자' 등이 섞여 있다.

그렇다 보니 원작을 떠올리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분을 쫓아가는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다.

 

이 점이 기존 셜록 시리즈는 물론이고 원전과 다른 생경함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다.

원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읽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비빔밥처럼 뒤섞은 시즌 3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베이커가 221번지에 기인한 셜로키언들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혼란스럽고 난삽한 이야기로 비칠 수 있다.

 

이 때문의 시즌 3의 호불호가 갈리게 됐다.

제작진이 이처럼 복잡한 방법을 택한 것은 점점 더 많은 자극과 강한 충격을 원하는 아드레날린 중독 같은 효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보니 원전의 재해석 만으로는 부족했고, 비틀기와 뒤섞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일부는 성공했다.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 다양한 반전과 복선이 숨어 있고, 특히 '마지막 서약'에서 왓슨 박사 부인인 메리를 둘러싼 에피소드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기발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빈 영구차' 에피소드는 이를 여실히 느끼게 만든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목숨을 건 예측불허의 싸움 끝에 아슬아슬하게 살아나온 원작 소설의 셜록 홈즈를,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여러 사람을 속이는 영화 속 스턴트맨처럼 바꿔 놓았다.

그만큼 원작 소설이 지닌 홈즈의 인간적 매력과 영웅적 모습이 많이 희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록 시리즈는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즌1과 2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중독성이 비록 재미는 떨어져도 시즌 3까지 이어지게 한다.

 

1080p 풀HD의 16 대 9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2장의 디스크로 구성돼 있다.

최신작답게 화질은 좋은 편으로 윤곽선이나 색감 등이 깔끔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적절하게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를 잘 살렸다.

부록으로 제작에 얽힌 이야기, 일부 에피소드 촬영 방법에 대한 설명과 한국어 더빙현장 등이 한글자막 및 우리말 음성으로 수록돼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시즌2와 시즌3이 서로 연결되는 아치형 구조를 기획했다. 죽음에서 부활하는 설정이다. 

유명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스위스 RE 본사 건물이 보이는 런던 거리. 런던의 명물인 이 건물은 오이를 닮아서 거킨 빌딩으로 불리기도 한다. 

극중 부부로 나오는 왓슨 박사와 메리 역할의 마틴 프리먼과 아만다 애빙턴은 실제 부부다. 

원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홈즈의 연애 장면도 등장. 홈즈의 주위를 맴도는 제니를 연기한 야스민 아크람.

여전히 기호와 문자 등을 활용해 화면에 정보를 띄우는 독특한 방식이 살아 있다. 

'마지막 서약'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찰스 어거스트 매그너슨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에 영향을 받은 캐릭터이다. 

코난도일은 소설에서 셜록을 죽인 뒤 런던 길거리를 지나다가 검은 모자를 쓴 청년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만큼 셜록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신드롬이었다. 

코난도일이 홈즈의 집으로 설정한 런던 베이커가 221번지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아니었다. 원전 소설과 달리 시리즈에서 홈즈는 자신을 반사회적 인물인 소시오패스로 규정한다. 

'마지막 서약'은 홈즈 시리즈가 아닌 코난도일의 단편소설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의 모험'을 기본 뼈대로 삼았다. 

'마지막 서약'에서 '매트릭스'처럼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360도 회전하는 영상은 자전거 바퀴를 이용한 회전 촬영 장치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촬영. 이 장치는 유튜브에서 작은 선풍기에 카메라를 매달라 돌리며 찍는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총을 맞은 홈즈가 천천히 넘어지는 장면은 시즌2에서 활용한 침대위로 쓰러지는 장치를 이용했다. 즉 홈즈의 인체 곡선을 따라 등과 다리를 버틸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이를 수동으로 천천히 넘어가도록 조작했다. 쓰러지는 장면이 기계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일부러 수동 조작했다. 

셜록 시리즈와 닥터 후를 쓴 작가 스티브 모팻이 5월21일 내한해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작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작법에 대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셜록 BBC : 시즌 3
Paul McGuigan 감독/Benedict Cumberbatch 주연/Martin Freeman 출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셜록 BBC 시즌 3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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