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싱글즈 (블루레이)

울프팩 2014. 5. 12. 19:35

9자가 들어가는 나이는 왠지 불안하다.

인생의 10년 단위가 저무는 것이지만 1999년처럼 왠지 한 시대가 끝나는 느낌이 든다.

 

특히 29세라는 나이는 그런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더러 20대와 30대의 언저리에서 마치 파릇파릇한 청춘의 20대를 흘려 보내고 아저씨 아줌마가 되는 30대로 접어드는 공포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오죽했으면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다 나왔을까.

일본의 유명 드라마 작가 카마타 토시오는 바로 이 불안한 '29세'를 놓치지 않았다.

 

29세의 패션업체 여직원은 생일에 남자에게 채이고, 원형 탈모증이 생겼으며, 꿈꿨던 파리컬렉션에도 후배에게 밀려 가지 못한다.

카마타 토시오는 잔뜩 꿈에 부풀지만 제대로 이뤄지는게 없는 불안한 29세의 격정을 드라마 대본으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고 이를 다시 '29세의 크리스마스'라는 책으로 펴냈다.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이 책이 바로 권칠인 감독의 '싱글즈'(2003년) 원작이다.

일본 원작 드라마를 보지 못해 얼마나 잘 만들었는 지 모르겠지만, 권 감독의 싱글즈 역시 불안하면서도 꿈 많은 청춘들의 모습을 맛깔스럽게 잘 그렸다.

 

남자친구와 성적인 농담도 스스럼없이 주고 받을 수 있을 만큼 편하게 지내는 두 명의 커리어우먼이 남자들과 얽히며 일어나는 사랑과 일에 대한 단상들을 그렸다.

지나치게 쿨할 정도로 쾌활하면서도 진지한 네 남녀의 모습이 시트콤처럼 부담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만큼 권 감독의 깔끔하고 군더더기없는 연출이 돋보인다.

더불어 장진영 엄정화 이범수 김주혁 등 네 명의 배우가 캐릭터를 생동감있게 잘 살렸으며, 서로 훌륭하게 조화를 이뤘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대사를 다채로운 표정과 연기로 살린 배우들의 호흡이 그만큼 잘 맞은 영화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DVD 타이틀보다는 좋지만 윤곽선이 두텁고 디테일이 떨어지며 색감도 바랜 것처럼 보인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배경음악이 리어에서 나오는 등 평범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권 감독과 엄정화 장진영 김주혁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장면, 인터뷰, 시사회 풍경, 재미있는 예고편 등 2장짜리 DVD 타이틀에 수록된 내용들이 모두 포함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일본 작가 카마타 토시오가 쓴 '29세의 크리스마스'가 원작이다. 이 작품은 네 배우가 나란히 앉아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예고편도 본편 못지않게 화제가 됐다. 정작 본편에는 해당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개그맨 이휘재가 자유분방한 엄정화의 남자친구로 깜짝 출연. 

이제는 고인이 된 장진영의 한창 때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지혜가 깜찍하고 철없는 이범수의 여자친구로 등장. 

맛깔스런 대사와 재미있는 이야기, 도발적 소재들이 잘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아파트 내부는 세트다. 

장진영은 원형 탈모를 찍기 위해 실제 과거에 원형 탈모가 발생했던 부분을 면도칼로 밀었다고 한다. 

장진영이 매장 직원으로 나오는 칠리스는 촬영 후 회사가 어려워져 문을 닫았다. 

위에서 내려다 본 두 사람의 모습이 단정하게 잘 찍힌 장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DVD와 인연이 있다. 예전 영화담당 시절 권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녹음현장을 취재차 방문한 적이 있다. 

음성해설을 마치고 권 감독과 두 여배우를 인터뷰했다. 여배우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낯가림을 많이 했던 모습들이 기억에 남는다. 

일을 택할 것인지, 결혼을 할 것인 지, 결혼을 한다면 누구와 할 것인 지 숱한 선택을 남겨둔 청춘들이 본다면 공감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싱글즈,dts (2Disc)
장진영 출연/이범수 출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싱글즈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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