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 와이즈먼 감독이 다시 만든 '토탈 리콜'(Total Recall, 2012년)이 폴 바호벤 감독의 오리지널 영화(http://wolfpack.tistory.com/entry/토탈-리콜-블루레이)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주인공이 화성에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화성에 찾아가 그곳에서 억눌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되찾아주는 내용은 어두운 미래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저항군과 빅 브라더같은 정부군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와이즈먼 감독이 무대를 바꾼 이유는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역시 주인공이 화성에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원작이 그렇더라도 폴 바호벤의 오리지널 영화가 준 인상이 워낙 강렬해 달라진 공간이 어색하다.
오히려 폴 바호벤 감독이 시공간을 적절하게 바꿔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부각시켰다.
장소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비중도 달라졌다.
폴 바호벤 감독의 작품이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활약에 크게 의존하는 1인 영웅극이었다면, 와이즈먼 감독의 리메이크작은 주인공을 맡은 콜린 파렐 못지 않게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 등 두 여성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여성들의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성 캐릭터들이 두각을 나타내는데 아무래도 와이즈먼 감독이 부인인 케이트 베킨세일을 밀어주려는 의도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리메이크 작은 오리지널 영화와 많이 다르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오리지널 영화의 아우라를 뛰어넘을 만큼 걸출하지는 않다.
오리지널 영화보다 이야기가 늘어지고 캐릭터의 매력도 떨어진다.
특히 블루레이에 실린 감독 확장판은 상영시간이 2시간 10분으로 늘어나 이야기가 더 늘어진다.
물론 액션 장면은 화려한 시각효과에 힘입어 요란한데, 아놀드의 매력과 바호벤의 연출력이 조화를 이룬 오리지널 영화가 주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더불어 오리지널 영화의 아놀드와 잠깐 나오지만 샤론 스톤의 캐스팅이 지금도 기억될 만큼 캐릭터를 빛냈다면, 리메이크작의 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은 열심히 연기를 했지만 오리지널 영화의 캐스팅에 가려 이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반면 폴 카메론 촬영감독이 잡은 카메라는 인물을 따라 허공을 같이 건너 뛰고 틈새로 미끄러지는 등 현장감을 살린 역동적 앵글이 돋보인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는 2장의 디스크로 구성돼 있으며, 극장판과 상영시간이 12분 가량 늘어난 감독 확장판 두 가지 판본이 함께 들어 있다.
어두운 장면이 많이 나오고 플레어렌즈를 사용해 조명이 퍼지는 바람에 색이 약간 왜곡되긴 하지만, 최신작답게 화질은 좋은 편이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후방스피커에서 총소리가 작렬하는 등 리어 활용도가 높아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 픽처 인 픽처 형식의 인사이드 무비가 모두 한글자막과 함께 첫 번째 디스크에 들어 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제작과정, 개그릴, SF와 사실, 액션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그만큼 블루레이 타이틀 구성은 훌륭한 편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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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먼 감독은 리메이크작에서 "기억은 바꿀 수 있지만 감정은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모든 것을 이기는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주인공을 맡은 콜린 파렐은 미래의 집에서 일어나는 기분을 느껴보려고 아파트 세트에서 실제로 잠을 잤다.
지구를 관통하는 엘리베이터 내부도 세트를 만들어 촬영. 엘리베이터는 보잉747 컨셉을 이용해 디자인했다. 일부 장면은 그린스크린으로 광각촬영을 했는데 아이맥스에서는 화면이 너무 크다보니 이 부분에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 아이맥스에서도 꼼꼼하게 표현하려면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
로봇조립공장은 축구경기장 7개크기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무료로 빌려서 촬영. 와이즈먼 감독은 일부 장면을 아이폰으로 미리 찍어봤다. 감독은 후시 녹음까지 가능한 아이폰을 유용한 촬영도구로 극찬했다.
바호벤 감독의 오리지널 영화에 대한 오마주인 가슴 셋달린 여인의 등장 장면. 가슴은 실리콘으로 만들어 배우에게 덧입혔다. 오리지널 영화에서는 가짜 가슴을 라텍스로 만들었다.
원래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더글라스 퀘일이다. 이를 영화에서 퀘이드로 고쳤다. 톰 하비와 마이클 파스벤더도 콜린 파렐이 연기한 퀘이드 역 후보에 올랐다.
폴 카메론 촬영감독은 필름 촬영 느낌이 들도록 조명이 퍼져보이는 플레어렌즈인 파나비전의 C시리즈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했다. 이 렌즈는 스프라이트 코팅이 돼 있어서 빛이 들어오면 옆으로 줄처럼 퍼진다.
케이트 베킨세일이 나쁜 여전사로 등장. 와이즈먼 감독은 베킨세일의 연기를 좋아해 자주 기용한단다. 이 작품에는 두어 장면에 '리콜' '이십오' 등 한글이 나온다. 그런데 숫자표기 대신 쓴 '이십오'는 어색하다.
컴퓨터그래픽보다 실사 촬영을 선호하는 와이즈먼 감독은 드로이드와 로봇 등을 사람이 플라스틱 의상을 입고 연기하도록 했다. 로봇처럼 보이는 병사들은 '아이로봇'을 맡았던 미술감독 패트릭 타포롤로스가 디자인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외형을 미래 디자인으로 바꾼 호버카는 필립 K 딕의 원작소설에는 나오지만, 바호벤의 오리지널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호버카는 6대를 만들어 엔진과 바퀴 부분만 있는 스턴트 버기라고 부르는 자동차 차대 위에 설치된 짐벌에 얹어놓고 실제 달리며 촬영한 뒤, CG로 차대를 지웠다.
콜린의 캐릭터는 에단 호크의 캐릭터가 정보를 기록하는 블랙박스를 뇌에 이식하고 성형 수술로 얼굴을 바꾼 것. 콜린 파렐은 몇 달에 걸쳐 피아노 연습을 한 뒤 영화에서 야마하 피아노를 직접 연주했다.
에바 그린, 로자리오 도슨, 폴라 패튼도 제시카 비엘이 연기한 멜리나 역으로 고려됐으며, 케이트 보스워스와 다이안 크루거는 케이트 베킨세일의 로리 역으로 물망에 올랐다. 에바 멘데스는 멜리나와 로리 역 모두 검토 대상이었다.
배우들이 와이어에 매달려 연기하며 무중력 상태를 표현. 카메라도 와이어에 매달아 찍었고 허공에 떠 있는 제시카 비엘의 포니테일 머리만 CG로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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