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인연에 천착했던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작품 '사양'에서 인연의 붉은 실을 이야기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발가락 끝에 보이지 않는 수 많은 붉은 실을 달고 나온단다.
발가락에 매어 있는 그 실들을 따라가면 그 끝에 평생 만나야 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다자이 오사무가 얘기하는 인연이다.
'러브 액츄얼리'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각본을 쓰고 마이크 뉴웰 감독이 연출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Four Weddings And A Funeral, 1994년)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연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이 친구들 결혼식에 네 차례나 참석하고 한 번의 장례식을 치르며 마주쳤던 사람 중에 진정한 인연을 만난다는 내용이다.
결국 영화는 반드시 만나야 할 인연은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서도 꼭 만날 수 밖에 없다고 웅변한다.
하지만 영화 대로라면 그 인연을 만나는 것이 결코 달콤하거나 쉽지 많은 않다.
인연의 붉은 실을 따라가는 과정은 때로는 상처를 받고 때로는 남에게 아픔을 주며 험난하기만 하다.
물론 이런 힘든 과정이 있기에 진정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몰라도, 그것이 모두에게 공통 분모처럼 적용되기는 힘든 얘기다.
결혼식장에서 한 여인네를 졸도 직전의 충격적 상황까지 몰아가는 소동이 누구에게는 진정한 사랑을 찾는 아름다운 과정일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평생 씻기 힘든 상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우선 눈에 들어오고, 지극히 이타적인 사랑찾기로 끝난 남자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뒷이야기가 더 궁금하게 만든다.
이토록 작품에 진지하게 빠져들도록 만드는 힘의 절반은 잘 쓴 대본에서 나오고, 나머지 절반은 휴 그랜트라는 배우에게서 나온다.
그의 바람둥이 이미지가 때로는 영화 속 배역을 가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럴 법 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이 작품을 계기로 휴 그랜트는 명성을 얻었고, 이후 워킹타이틀 작품들을 함께 하면서 스타로 우뚝 섰다.
더불어 워킹타이틀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음악이 한 몫 한다.
'러브액츄얼리'에도 삽입돼 귀에 익은 'Love Is All Around', 엘튼 존의 'Crocodile Rock', 'I Will Survive' 등 귀에 익은 곡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돋운다.
훗날 로맨틱 코미디물의 강자로 우뚝 선 워킹타이틀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입자가 굵고 윤곽선이 두터우며, 디테일이 떨어진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전체적으로 음이 넓게 확산돼 들을 만 하다.
부록으로 감독과 각본가인 리차드 커티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장면, 배우 인터뷰, 영화 소개 등 풍성한 내용들이 들어 있는데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아 제 값을 못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각본을 쓴 리차드 커티스는 오래 전 일기장을 뒤적이다가 10년 동안 72회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실을 발견하고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제작진은 주인공으로 당시 33세였던 휴 그랜트를 우선 골랐다. 런던 출신인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주인공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여인 역할은 앤디 맥도웰이 연기. 화장품 모델 출신이며,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이 영화는 예산 부족으로 스코틀랜드 결혼식 장면은 스코틀랜드에서 찍지 못했다. 결혼식 하객으로 나온 엑스트라들도 그들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왔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이 주례를 맡은 신부로 등장. 휴 그랜트는 이 작품의 런던 시사회에 13년간 동거한 애인 엘리자베스 헐리와 참석했는데, 당시 헐리가 지아니 베르사체의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파격적 드레스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트인 양 옆을 6개의 금핀으로 고정해 안전핀 드레스로 불렸다.
이 작품은 예산 뿐 아니라 시간에도 쫓겨 불과 35일만에 촬영을 마쳤다.
휴 그랜트는 촬영하는 동안 이 작품을 끔찍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는 극 중 청각장애자 형으로 나온 데이비드 바우어에게 수화를 배웠다. 바우어는 실제 청각장애자다.
마리사 토메이, 멜라니 그리피스, 브룩 쉴즈가 여주인공 후보로 올랐으나 모두 거절했다. 특히 토메이는 할아버지가 아파서 뉴욕을 떠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뒤 두고두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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