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명인 F 스콧 피츠제럴드는 1896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행히 부유한 외가 덕분에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으나 거기서 만난 돈 많은 은행가 딸인 지니브러 킹에게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대학 4학년때 제 1 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그는 자원 입대해 육군 소위로 복무했다.
그때 판사의 딸이었던 젤다 세이어를 만나 교제를 하고 약혼까지 했으나 역시 가난 때문에 파혼당했다.
이처럼 가난 때문에 빚어진 두 번의 파혼은 평생 피츠제럴드에게 상처가 됐고 작품 곳곳에 흔적으로 남았다.
다행히 자전적 소설 '낙원의 이쪽'이 성공해 파혼 당했던 젤다와 다시 만나 결혼했다.
그가 작가로서 절정에 오른 것은 지금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로 꼽히는 1925년 발표한 중편 소설 '위대한 개츠비' 덕분이었다.
소설 내용은 당시 술과 호화로운 파티에 빠져 있던 피츠제럴드 부부의 생활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잘 풀리지 않았다.
발표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잘 팔리지 않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내 젤다는 신경쇠약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피츠제랄드는 일이 잘 되지 않자 점점 더 술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결국 그는 '마지막 거물'이라는 작품을 쓰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바로 어제와 같은 날짜인 1940년 12월21일이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년)는 불꽃처럼 살다간 피츠제럴드의 동명 대표작을 그대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소설과 같다.
부를 탐닉하는 여성에게 빠져 일생을 바쳐 악착같이 돈을 번 남자가 허망한 최후를 맞는 내용이다.
대신 바즈 루어만 감독은 머리 속으로 그려야만 했던 소설의 내용들을 화려한 이미지로 대신했다.
'물랑 루즈' '로미오와 줄리엣' 등 그의 전작들처럼 요란한 의상과 현란한 색채, 끈적거리는 음악이 보는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한마디로 텍스트로만 고정된 소설을 번쩍거리는 그래픽 노블로 바꿔 놓았다.
이 점이 이 작품의 약이자 독이다.
정신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현란한 이미지가 오히려 작품에 빠져드는 것을 방해한다.
그렇다보니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복잡다단한 성격보다는 그저 시각적 프레임에만 갇히게 된다.
결국 깊이는 없고 얕은 눈요기에만 머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보여주는 화려한 영상은 역시 바즈 루어만 작품 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그만큼 이 작품은 비주얼로 승부를 건 영화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현란한 색감과 뛰어난 디테일이 4K 타이틀의 진가를 발휘한다.
1080p 풀HD의 2.40 대 1을 지원하는 일반 블루레이 타이틀 역시 화질이 좋은 편이다.
CG가 들어간 부분은 약간 뭉개지지만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음향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모두 DTS-HD MA 5.1 채널을 지원한다.
저음이 박력있고 리어 활용도가 높아 서라운드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제작배경, 제작과정, 음악, 의상, 삭제장면 등 다양한 내용들이 한글자막과 함께 깔끔한 화질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으리으리한 극 중 톰 뷰캐넌의 집은 부유한 동부 귀족들이 살던 이스트에그를 반영한다. 톰 뷰캐넌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회원이었던 예일대의 폐쇄적 비밀모임 '스컬앤본즈' 출신으로 나온다.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와 비슷했던 사치스런 데이지 뷰캐넌 역은 아단다 사이프리드, 레베카 홀, 레이첼 맥아담스, 키이라 나이틀리, 미셀 윌리엄스, 나탈리 포트만, 에바 그린, 앤 해서웨이, 제시카 알바, 스칼렛 요한슨이 고려됐으나 캐리 멀리건에게 돌아갔다.
닉 캐러웨이를 연기한 토비 맥과이어. 피츠제럴드는 손으로 원고를 먼저 쓴 뒤 이를 타자로 옮겨 쳤다. 그는 낮에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밤에 글을 썼으나, 번번히 거절당했다.
화려한 개츠비의 집은 갑자기 떼부자가 된 신흥 부자들의 웨스트에그를 상징한다. 피츠제럴드는 젤다에게 약혼을 파혼 당한 뒤 술에 취해 거절당한 소설들을 꺼내서 조각 조각 이어붙어 '낙원의 이쪽'을 펴냈다.
여성들의 화려한 파티의상 20여벌은 루어만 감독과 15년간 우정을 쌓은 미우치아 프라다가 디자인했다. 프라다는 루어만 감독의 전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양복을 디자인했다.
개츠비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의 의상은 브룩스브라더스에서 협찬했다. 1920년대 피츠제럴드도 이 회사 옷을 입었다. 1920년대에는 밀짚모자가 남성들의 필수 아이템이었는데, 극 중 디카프리오가 쓰고 나온 밀짚모자도 브룩스브라더스사 제품이다.
가수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이 직접 출연해 피아노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피츠제럴드는 '재즈시대'라는 말을 만들어냈을 정도로 음악에도 빠졌다. 루어만 감독도 워낙 음악에 공을 들이는 만큼 브라이언 페리의 록시뮤직 시절 대표적 히트곡이었던 'Love is Drug', 루이 암스트롱의 'St Louis Blues' 등이 쓰였다.
고가에 거래되는 희귀차량인 듀센버그. 이 자동차는 듀센버그 형제가 코드기업에서 약 1,000대 정도만 생산했다. '제이 레노 토크쇼'의 진행자 레노가 이 차를 수십대 갖고 있어, 제작진은 그를 찾아가 엔진 소리를 녹음했다.
루어만 감독은 1974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호주 주유소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읽었고, 2004년 '물랑루즈' 촬영 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8일간 달리던 중 아이팟에 담아간 오디오북을 통해 두 번째 읽었다. 루어만은 시베리아 열차 탑승이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이었으나 "그냥 낡은 깡통이었다"고 표현했다.
주류밀매점 장면은 시드니의 폭스스튜디오에서 촬영. 루어만 감독은 소설의 영화화 판권을 몰래 구입해 갖고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의 연출 및 제작을 맡으며 각본도 공동으로 썼다.
디카프리오와 맥과이어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처음에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피츠제럴드는 1923년과 24년 뉴욕 롱아일랜드와 프랑스의 세인트라파엘을 오가며 '위대한 개츠비'를 썼다. 그는 뉴욕을 "멋진 신기루"라고 불렀다.
극 중 여인들 스타킹은 포갈 제품이다. 1920년대 살짝 말아내린 스타킹이 유행이었다. 개츠비의 데이지꽃 문양 반지, 커프스버튼, 데이지의 진주목걸이, 헤어밴드 등 장신구는 모두 티파니 제품이다. 피츠제럴드가 티파니의 고객이었고, 유명 디자이너였던 루이 컴포트 티파니는 롱아일랜드 모임에 자주 나타났다.
뉴욕 퀸스버러 다리 앞에 있는 유명 호텔인 플라자호텔은 1920년대 잘 나가던 사람들이 모이던 곳이다.
톰 뷰캐넌 역으로 벤 애플렉이 고려됐으나 일정 때문에 무산돼 브래들리 쿠퍼, 루크 에반스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조엘 에저튼으로 결정됐다. 모든 의상은 제작자이자 루어만 감독의 부인인 디자이너 캐서린 마틴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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