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명작 '이창'(Rear Window, 1954년)을 보면 아파트가 감옥 같다.
각각의 독립된 가구는 거대한 교소도의 감방처럼 보이며 이들을 지켜보는 제임스 스튜어트는 간수같다.
히치콕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산물인 아파트를 소재로 공포스런 밀실 스릴러를 만들었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은 커다란 건물에 함께 살지만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현대인의 무관심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이웃집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을 다뤘다.
정작 옆집에서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아무도 모르다가, 개가 죽어 비명을 지른 여인 때문에 모든 사람이 뛰쳐나와 관심을 기울이는 장면으로 히치콕은 현대인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이러고도 이웃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여인의 외침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이처럼 공동체 속에서 이뤄지는 소외와 무관심, 그리고 이웃이 무서운 살인범일 수 있다는 익명의 공포를 치밀한 연출과 긴장감있는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
훗날 '이웃사람' 등 익명의 공포를 다룬 숱한 영화들은 모두 이 작품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시종일관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스튜어트가 쌍안경과 망원렌즈 달린 카메라로 이웃을 관찰하는 관음증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통해 다양한 이웃들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히치콕은 이처럼 적절한 유머코드를 통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관객의 집중력을 높였다.
더불어 언제나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는 스튜어트와 히치콕이 그토록 좋아한 금발 미녀의 전형을 보여준 그레이스 켈리의 빛나는 매력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이 작품을 보면 모나코 왕이 그레이스 켈리를 왕비로 삼은 까닭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실제로 31채의 아파트 세트를 만든 놀라운 구성과 뛰어난 히치콕의 연출력, 훌륭한 촬영,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 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수작 스릴러이다.
명불허전, 새삼 히치콕 감독이 스릴러의 전설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유니버셜에서 출시한 '히치콕 클래식 컬렉션' 4K 박스세트에 포함된 이 작품은 4K와 일반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66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박스세트에 수록된 4K 타이틀 가운데 지글거리는 현상이 가장 심하고 디테일도 떨어진다.
일부 장면은 원경에서 윤곽선이 퍼져 보인다.
그만큼 장면간 화질 편차가 있다.
음향은 DTS HD MA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인터뷰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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