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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고

울프팩 2007. 7. 9. 07:18
프랑코 네로가 주연을 맡은 서부극 '쟝고'(Django, 1966년)는 스파게티 웨스턴(일본 표현인 마카로니 웨스턴)의 걸작이다.
세르지오 코르부치가 감독한 이 작품은 관을 끌고 다니는 독특한 주인공과 루이스 바칼로프가 작곡한 주제가로 유명하다.

이 작품이 스파게티 웨스턴 중에서도 독특한 점은 기관총을 사용한 집단 학살극 때문이다.
덕분에 잔혹 웨스턴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이후 숱한 아류작들을 낳았다.

이 작품을 비롯해 세르지오 레오네, 세르지오 코르부치 등 이탈리안 감독들이 만든 스파게티 웨스턴은 정통 미국 서부극과는 다른 구조를 갖는다.
두 사람은 모두 좌파적 색채가 강한 서부극을 만든다.

미국 서부극은 개인 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영웅과 악당이 속한 다른 집단의 싸움, 즉 선악 구도를 강조한다.
반면 레오네, 코르부치가 만든 스파게티 웨스턴은 두 집단에 속하지 않는 인물이 두 집단과 대결을 벌이는 독특한 삼각 구도를 형성한다.

혈투 속에 막강한 권력을 지닌 두 집단은 스러지지만 아무것도 갖지 않은 떠돌이 주인공은 언제나 최후의 승리를 움켜쥔다.
마치 무산계급의 승리를 의미하는 듯한 지극히 좌파적인 구도다.

'쟝고'도 마찬가지.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나타난 떠돌이 영웅은 마치 사교집단 교주같은 잭슨 소령과 막강한 권력을 지닌 멕시코 악당들과 위태로운 싸움을 벌인다.

레오네와 코르부치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같은 바구니에 담긴 달걀이지만 차이가 있다.
레오네가 역사와 시대를 관통하는 서사시적 서부극을 만들었다면 코르부치는 개인에 집중된 함축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레오네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을 보면 용서와 개인의 구원이라는 종교적인 메시지가 은연중에 깔린 반면 코르부치는 종교조차도 희화화했다.
'쟝고'에 등장하는 불쌍한 매춘부 이름이 마리아인 점과 사선으로 비딱하게 쓰러져가는 십자가들이 꽂힌 무덤에서 벌이는 결투 등은 모두 종교에 대해 냉소적인 코르부치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작품을 보는 눈이 달랐던 두 사람은 이후 향배가 갈린다.
레오네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대하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을 남기고 명장 반열에 들었으나 코르부치는 3류 코미디를 양산하며 조용히 잊혀졌다.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제작한지 40년이 넘은 작품인 만큼 화질이 비디오처럼 조악하다.
잡티와 스크래치는 물론이고 비도 내리고, 색이 번진다.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대사 전달에 만족해야 한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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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쟝고'의 인트로. 루이스 바칼로프의 애잔한 주제가가 흐르는 가운데 진흙탕 속에 관을 끌고 가는 쟝고의 뒷모습이 3분 동안 이어진다. 코르부치 감독은 정치색이 강한 서부극을 '무산계급의 우화'로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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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가 넘쳤던 코르부치 감독은 인트로를 찍으면서 주연인 프랑코 네로에게 "안보일때까지 계속 가라"고 주문한 뒤 네로를 남겨두고 철수하는 장난을 쳤다. 네로는 검정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검은색 옷을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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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매춘부를 묶어놓고 매질하는 등 시작부터 자극적이고 잔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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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소령 일당은 KKK 집단을 풍자한 냄새가 강하다. 피부색이 다른 멕시코인들에게 몸을 판 백인 여성을 화형시킨다거나 흰 색이 붉은 색으로 둔갑했지만 두건을 쓰고 다니는 점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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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레오네가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사람의 눈을 주로 강조했다면, 코르부치는 총을 크게 잡는 등 무기에 집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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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쟝고' 역을 맡은 프랑코 네로. 원래 쟝고 역할은 서부극 '자니 유마'에 출연한 미국 배우 마크 데이몬과 스페인 배우 피터 마르텔, 그리고 프랑코 네로 등 세 사람이 후보로 거론됐다. 이중 코르부치 감독은 마크 데이몬을 찍었으나, 마크가 다른 작품 촬영중이어서 결국 네로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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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들이 사진을 보고 주연으로 결정한 프랑코 네로는 이 작품을 하고 싶지 않았다. 10대 때부터 연극을 한 그는 세익스피어극 같은 정극을 원했으나 제작진과 매니저의 설득으로 출연하게 됐다. 당시 그는 23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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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소령은 멕시코인들을 상대로 이유없이 인간 사냥을 즐긴다. 이 또한 흑인들에게 테러를 일삼은 KKK단을 연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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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같은 속사 권총으로 순식간에 여러 명의 악당들을 제압하는 쟝고. 주연인 프랑코 네로는 1941년 이탈리아 파로마에서 태어났다. 쟝고 덕분에 그는 존 휴스턴 감독의 추천으로 67년에 뮤지컬 영화 '카멜롯'의 주연을 맡아 골든글로브 신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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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긴장 구도를 연출하는 쟝고와 잭슨 일당의 대결. 1965년 12월에 촬영을 시작한 이 작품은 당시 이탈리아 영화들이 흔히 그렇듯 대본없이 촬영했다. 이후 촬영도중 코르부치 감독의 동생인 브루노가 대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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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기관총 등장씬. 당시에는 관 속에서 기관총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도 서부극 주인공이 기관총을 끌고 다니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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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소는 로마 외곽 엘리오스 스튜디오. 코르부치 감독은 매일 트럭으로 진흙과 물을 실어와 진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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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는 쟝고의 일방적인 승리, 아니 학살극으로 끝난다. 이 작품은 '킬빌'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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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네로는 여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결혼, 30년 뒤인 99년에 아내와 아들 카를로가 출연하는 '언인바이티드'라는 영화를 감독했다. 프랑코 네로는 루이 브뉘엘의 70년도 작품 '트리스타나', 세르게이 본다르추크가 82년에 만든 '멕시코 인 플레임스' 등 거장들의 작품에도 출연했다. 또 '다이하드2'에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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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진흙탕 싸움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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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귀를 잘라 입에 넣는 장면. 이 영화는 잔혹한 묘사로 서부극 가운데 최초로 17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또 영국 등 몇 개 국에서는 상영금지됐다. 영국은 개봉한 지 25년이 지난 1991년에 처음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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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단의 갈등을 이용해 사금을 터는 쟝고. 쟝고의 복수에 얽힌 배경, 사건 전개 등 이야기 흐름은 다소 엉성하다. 대본없이 촬영한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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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고는 금을 훔친 뒤 멕시코 악당들에게 붙잡혀 손이 짓이겨진다. 코르부치 감독은 1927년 로마에서 태어났다. 영화평론가로 데뷔한 뒤 51년 처음으로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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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묘지 대결도 압권이다. 흔들리는 카메라로 숨막히는 긴장 관계를 연출한 촬영은 엔조 바르보니의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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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부치 감독은 1966년에 처음으로 미국 배우가 주인공을 맡은 '나바호 조'를 감독한다. 당시 주연이 버트 레이놀즈였다. 나중에는 '튜니티'로 유명한 테렌스 힐 주연의 3류 코미디를 주로 만들었으며 90년 심장마비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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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엔딩.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시작과 엔딩에 흐르는 처절한 주제가. 작곡자는 '아다지오'를 만든 유명한 이탈리아 아트록 그룹인 '뉴트롤스'의 멤버인 루이스 엔리케 바칼로프다. 뉴트롤스에서 건반을 맡았던 바칼로프는 이 작품 이전에 파올로 파졸리니의 '마태복음' 음악을 맡았고, 이후에는 '일 포스티노' '섬머타임 킬러' 등 여러 편의 영화 음악을 맡아 서정적인 멜로디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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