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작품을 리메이크 할 때는 원작과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원작이 주는 맛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 리메이크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
킴벌리 피어스 감독의 '캐리 2013'(Carrie , 2013년)은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요소를 집어 넣었으나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넘지 못한, 리메이크의 새로움과 한계를 모두 지닌 작품이다.
피어스 감독은 원작과 다른 차별화를 두 가지 요소를 통해 꾀했다.
우선 시대적 배경이다.
1970년대를 바탕으로 한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과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훌륭한 오리지널 영화(http://wolfpack.tistory.com/entry/캐리-블루레이)와 달리 휴대폰과 인터넷이 필수품이 된 현대를 택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절대 손에서 뗄 수 없는 휴대폰으로 주인공 소녀인 캐리를 괴롭히는 동영상을 촬영해 유튜브 사이트에 올린다.
어째 영화 속 이야기 같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유사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감독은 아이들의 왕따가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점은 감독이 시대적 문제점을 잘 짚어낸 대목이다.
또다른 차이점은 바로 원작 소설처럼 10대 소녀를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바로 '킥 애스'시리즈에서 힛걸로 이름을 날린 클로이 모레츠이다.
모레츠는 이 작품 출연 당시 15세였다.
오리지널 영화에서 고교생 캐리를 연기한 씨씨 스페이식이 26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주인공 배역은 원작에 더 충실하다.
더군다나 클로이 모레츠가 촬영 당시 실제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단다.
어린 나이에 유명인이 되다보니 또래 소녀들의 시기와 질투심이 삐뚫어진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마도 직접적인 왕따의 경험이 클로이 모레츠의 사실적인 연기로 나타난 듯 싶다.
그만큼 캐리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은 적절한 나이의 배우가 연기하고 사회적 문제점을 잘 녹여내 공감이 간다.
하지만 클라이맥스를 넘어서면서부터 무서운 초능력을 발휘하는 부분은 원작을 따라가지 못한다.
비록 특수효과와 시각효과가 발달한 덕분에 오리지널 영화보다 더 놀라운 영상을 보여주지만, 눈을 희번덕이며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 자체만으로 공포심을 안겨 주던 씨씨 스페이식의 연기를 능가하지는 못했다.
클로이 모레츠의 연기가 특수효과에 힘입어 놀랍고 흥미진진하다면, 씨씨 스페이식의 연기는 100% 배우의 능력으로 빚어낸 공포 그 자체였다.
따라서 1970년대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오리지널을 본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1970년대 오리지널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 있다.
특히 클로이 모레츠의 묘한 매력이 색다른 배역으로 잘 발산됐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극장판과 다른 결말의 추가판 등 2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극장판과 다른 결말은 1970년대 원작의 결말에 더 가까운 형태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고운 입자감이 느껴지는 화질이다.
DTS-HD 5.1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에서 새소리가 들리는 등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삭제장면, 특수효과 장면, 염력을 이용한 몰래카메라 등이 모두 HD영상으로 제작됐으며, 전체 부록에 한글 자막이 수록됐다.
특히 특수효과를 이용해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몰래 카메라 장면이 재미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줄리언 무어가 캐리의 엄마를 연기했다. 엄마 역할로 조디 포스터도 고려됐다. 아기는 원래 팔, 다리가 움직이고 탯줄로 달린 로봇을 준비했으나 줄리언 무어가 실제 아기로 촬영하자고 해서 실제 아기를 섭외했다.
원작영화의 운동장 배구 장면이 수영장 배구로 바뀌었다. 피어스 감독은 소녀들에게 수영모를 씌우기 싫었으나 수영장 물에 섞인 염소 성분이 머리 염색약과 닿으면 머리가 초록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영모를 씌웠다고 한다.
이 작품은 왕따를 당하는 소녀의 이야기이자, 가슴아픈 사랑으로 연결된 모녀의 이야기다.
캐리의 염력으로 책과 침대가 허공에 떠오르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왕따 소녀인 캐리에게 초능력은 자기 방어 기제다.
클라이맥스의 파티 장면은 신데렐라 모티브가 쓰였다. 하지만 비극으로 바뀌는 신데렐라다.
캐리를 연기한 클로이 모레츠. 모레츠는 촬영 당시 15세로 미성년자여서 분장 및 출퇴근 시간 포함해 하루 8시간 이상 일할 수 없게 돼 있었다. 피어스 감독은 캐리 역을 위해 100명이 넘는 소녀들을 만났는데 결국 모레츠로 결정했다. 헤일리 베넷, 에밀리 브라우닝, 릴리 콜린스, 벨라 헤스콧도 캐리 역할 오디션을 봤다.
이 작품은 '샤이닝'과 더불어 스티븐 킹이 광기를 잘 다룬 작품이다. 사실읜 엄마의 광기나 왕따를 일삼는 아이들의 광기가 공포 그 자체이다.
피어스 감독은 가난하고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감정을 알 수 있도록 모레츠를 여성 노숙자들이 머무는 보호소에 보내 그들을 만나보게 했다.
염력으로 차를 파괴하는 장면은 크레인으로 차를 들어 올려 촬영.
칼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장면은 CG이지만, 줄리언 무어에게 꽂힌 장면은 칼을 꽂을 수 있는 벨트 등 특수 장비를 착용하고 실제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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