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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블루레이)

울프팩 2015. 3. 15. 08:41

린 램지 감독의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년)는 잔잔한 가족영화이면서 더 할 수 없이 무서운 공포물이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과 어떻게든 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갈수록  두 사람의 관계가 꼬이면서 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치닫고, 급기야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반전으로 휘몰아 친다.

린 램지 감독은 이 과정을 시침 뚝떼고 냉정하게 묘사한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은 그저 어느 가족의 평범한 드라마 같은 일상에 무심코 빠져들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구분없이 플래시백을 마구 섞어 시간을 흩어 놓았다.

 

과거의 시간이 현재를 옥죄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내용이 뒤죽박죽 될 정도로 혼란스러운 것은 아니다.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상실이다.

아들에게 모성을 느끼지 못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아들 모두 가족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가족애가 결핍돼 있다.

 

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영화 속 갈등으로 표출된다.

어찌보면 이 과정은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엄마의 머리 속에 핏빛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는 붉은 색을 지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색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초반 토마토 축제부터 낙인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는 붉은 페인트칠까지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하는 색은 붉은 색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컬러풀 하지도 않다.

전체적인 톤은 세피아에 가깝다.

 

가족의 일상을 담아내기에 가장 편안한 색을 통해 안온한 삶을 보여주다가 문득 문득 방점을 찍듯 등장하는 붉은 색과 화살표적지의 노란색 푸른색이 범상치 않은 혼란을 예고한다.

여기에 램지 감독은 아웃포커스된 배경을 뒤로 한 채 인물을 바짝 클로즈업으로 당겨서 긴장감을 끌어 올린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원초적 공포는 색과 영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당위성을 비껴 간 데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충격과 함께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엄마라면 당연히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성, 아이라면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진무구함에 대한 회의가 일게 된다.

실제로 그런 현실을 뉴스 속에서 심심찮게 보기에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고운 입자감이 느껴지는 영상은 강렬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다만 PC 모니터 등으로 바짝 당겨서 보면 일부 장면에 미세한 계단 현상이 보인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좋아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부록으로 제작진의 인터뷰와 틸다 스윈튼의 텔루라이드 국제영화제 인터뷰 영상, 원작자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인터뷰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의 부뇰에서 촬영한 토마토 축제 장면. 

영화는 강렬한 붉은 색을 다뤘다. 랜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아이에게 정을 느끼지 못하는 엄마, 즉 모성에 대한 금기를 깨뜨렸다. 

모성애를 느끼지 못하는 엄마에게 육아는 악몽이다. 이 점이 엄마라면 당연히 모성애를 느낄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에 허를 찌른다. 

모성애를 느끼지 못하는 엄마에게 귀를 찢는 듯한 공사판 소음은 오히려 아기 울음 소리를 듣는 것보다 편안한 휴식이 된다. 틸다 스윈튼의 중성적 이미지가 모성애를 느끼지 못하는 엄마 역할에 잘 어울렸다. 

아이에게는 결핍된 모성이 원초적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엄마가 아이에게 갖는 애정과 증오 등 양면적 감정을 다뤘다. 

섬뜩한 연기를 보여준 에즈라 밀러. 왬의 'Last Christmas'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이 쓰였다. 

아역배우 록키는 출연당시 만 3세였다.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 

오히려 가족이 함께 있는 모습이 편안함보다 긴장감을 주는 영화다. 이를 위해 감독은 35미리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해 시네마스코프로 찍었다. 마치 가족이 싸움터에서 대치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과거에 주인공 부부가 뉴욕에서 사랑을 느끼는 장면은 캐논의 D5 카메라로 찍었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원작 소설은 편지 형식으로 돼 있다. 영화는 제작비 문제로 중간에 잠시 촬영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케빈에대하여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케빈에대하여 : 블루레이
틸다 스윈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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