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핀처, 콘래드 홀, 다리우스 콘지, 데이비드 코프, 하워드 쇼...
이름만 늘어놓아도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거장들이다.
이들이 함께 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나올까.
그 즐거운 상상을 실행에 옮긴 작품이 바로 조디 포스터가 주연을 맡은 스릴러 '패닉 룸'(Panic Room, 2002년)이다.
이 작품에서 데이비드 핀처는 감독을 맡았고 콘래드 홀과 다리우스 콘지는 촬영을, 데이비드 코프는 각본을, 하워드 쇼는 음악을 담당했다.
데이비드 핀처는 '세븐' '에이리언3' '파이트클럽' 등을 만든 스릴러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
데이비드 코프는 '주라기 공원' '스파이더맨' '미션 임파서블'을 비롯해 조만간 국내개봉할 '우주전쟁' 시나리오를 쓴 명실공히 히트 제조기 작가다.
하워드 쇼 역시 '반지의 제왕' 3부작, '필라델피아' '세븐' '양들의 침묵' 등 대작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로, 설명이 필요없는 존재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빛나는 이름은 단연 촬영감독인 콘래드 홀과 다리우스 콘지이다.
황기석을 비롯해 국내외 많은 촬영감독들이 단연 첫 손에 꼽는 촬영감독인 콘래드 홀은 30년 동안 마술같은 영상을 만들어낸 존재.
이번 작품에서도 '아메리칸 뷰티' '로드 투 퍼디션' 등에서 보여준 그만의 흡입력 강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콘래드 홀이 촬영의 교과서같은 존재라면 다리우스 콘지는 실험실에 비유할 수 있다.
'세븐' '에이리언4' 등에서 실험적인 영상을 시도한 콘지는 이번 작품에서도 카메라를 회전하고 비틀고 돌리며 긴박감을 조성한다.
이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모른채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봤다가 나도 모르게 작품에 빠져든 후 일부러 엔딩 크레딧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주저없이 DVD를 구입했다.
전체적으로 걸작은 아니지만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미인 같은 작품이다.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사실 슈퍼비트 이름값을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어두운 실내 장면에서는 화질이 약간 뿌옇다.
대신 DTS를 지원하는 음향이 훌륭하다.
채널별 분리도는 물론이고 저음과 고음의 안배 등 사운드 디자인이 뛰어나다.
<파워 DVD 캡처 샷>
패닉룸이란 일종의 비상 대피소같은 곳이다. 미국에 사는 부자들이 외부 침입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밀 방으로, 영화에서는 조디 포스터가 강도들을 피해 딸과 함께 이곳에 숨는다.
강인하고 야무진 엄마를 연기한 조디 포스터는 이 작품 촬영을 위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자리를 고사해 화제가 됐다. 원래 엄마 역은 니컬 키드먼에게 내정됐다가 조디 포스터로 바뀐 것.
바닥을 훑을 듯 납작 엎드린 콘래드 홀의 카메라. 이번 작품은 전체적으로 앵글이 낮다. 마치 뱀이 기어다니듯 카메라는 바닥을 훑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벽을 타고 넘나든다. 덕분에 보는 사람은 긴장감에 숨도 제대로 못쉬고 화면을 응시하게 된다.
강도들이 노린 것은 전 집주인이 패닉 룸에 숨겨놓은 거액의 재산. 이 장면 역시 앵글이 낮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을 더한다. 패닉 룸에 숨은 모녀를 쫓던 강도들이 거꾸로 패닉 룸에서 자신들의 안전을 구하는 등 계속 뒤집어지는 상황을 만든 데이비드 코프의 실력은 역시 탁월하다.
와이드 스크린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장면. 공간의 확장성과 여백은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준다. 오히려 인물을 정중앙에 놓았다면 이런 여유는 느끼지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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