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패신저스(4K 블루레이)

울프팩 2021. 1. 5. 00:00

끝이 없다는 것은 공포다.

모튼 틸덤 감독의 '패신저스'(Passengers, 2016년)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물이다.

120년간 동면상태로 우주선에 탑승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새로 정착할 별을 찾아 머나먼 우주로 떠난다.


그런데 당초 계획과 달리 동면장치 고장으로 주인공인 짐(크리스 프랫)이 90년 일찍 깨어난다.

졸지에 그는 다른 승객들과 달리 홀로 우주선에서 늙어 죽어야 할 판이다.


우주선을 조종할 수도 없고 다시 동면장치를 작동시킬 수도 없다.

그의 앞에는 끝모를 우주만 펼쳐져 있을 뿐이다.


망망대해처럼 우주는 평온하고 고요하지만 끝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의 또다른 이름이다.

짐은 중간에 깨어난 또다른 여성 승객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만나 다행히 외로운 생활을 그만둘 수 있게 된다.


이 와중에 뜻하지 않은 사건들이 터지면서 두 사람은 중대한 위기를 맞는다.

따라서 이 영화는 SF물이지만 로맨스영화이자 공포물, 스릴러이기도 하다.


텅 빈 우주선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이 이 모든 요소를 지니고 있다.

참으로 탁월한 구성이자 연출력의 승리다.


영화는 사건의 발단과 전개과정을 거쳐 절정을 지나 해결국면에 이를 때까지 계속 긴장감을 유발하며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 과정이 다변적이면서 재밌다.


전반부의 절대 고독은 공포를 유발하지만 오로라가 가세하면서 영화는 어느새 로맨스물로 바뀐다.

그러다가 사건이 터지면서 스릴러로 변하고 결국은 이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재앙 영화로 종료된다.


이처럼 하나의 소재로 다양한 색깔의 변주곡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감독의 연출력 못지 않게 집중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컴퓨터그래픽처리와 우주선 세트도 뛰어났다.


배우라고 해봐야 안드로이드 역할을 한 마이클 쉰까지 포함해 총 4명이다.

이렇게 단촐한 인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2시간의 상영시간을 끌어간 점이 돋보인다.


우주 괴물이나 악당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에이리언'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작품이다.

굳이 최대의 적이자 악당을 꼽는다면 끝없는 우주일 수 밖에 없다.


그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인간 의지의 승리와 희생을 마다 않는 숭고한 인간애를 그리고 있다.


미국판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3D 등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4K는 한글 자막이 들어있으나 일반 블루레이는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2160p UHD의 2.39 대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금속 질감의 윤기가 흐르는 영상은 색감이 좋고 블랙의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출시된 일반 블루레이도 화질이 좋아서 크게 나아진 느낌을 받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본편과 부록, 3D 등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국내판 블루레이 타이틀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웅장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묵직한 저음을 비롯해 각종 효과음이 청취공간을 뒤흔든다.


국내 출시된 일반 블루레이의 경우 두 장의 디스크에 걸쳐 다양한 부록을 담고 있다.

본편 디스크에 캐스팅, 삭제장면, 시각효과, 극 중 우주 이주를 알리는 홍보영상, NG장면, 크리스 프랫 영상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HD 영상으로 만든 제작과정은 별도 부록 디스크에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극 중 아발론이라는 우주선은 길이가 1km에 이르는 거대한 선체를 자랑한다.

주인공을 연기한 크리스 플랫.

나무 뿌리를 연상케 하는 동면실은 길이 58미터, 폭 37미터의 세트다. 극 중 동면실은 미생물 수준으로 신진대사를 낮추는 신 동면기술을 활용해 100년을 동면해도 단 하루도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세로 91미터, 가로 46미터의 우주선 내부를 실물 크기의 세트로 만들었다.

리즈 위더스푼과 에밀리 블런트도 여주인공 역할로 거론됐다.

우주 유영 장면은 배우를 LED 스크린으로 둘러싼 상태에서 촬영. 60만개의 LED로 구성된 이 스크린은 다양한 우주 배경을 보여줬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초기 단계에서 감독으로 거론됐다.

아발론호는 우주 정착을 위해 노아의 방주처럼 각종 동,식물을 싣고 떠난다.

사랑, 고독, 분노, 슬픔, 절망, 공포, 기쁨, 희망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표출된다.

무중력 상태에서 수영장의 물이 요동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했다.

아발론호는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해 무한정 항해한다는 설정이다.

바텐더 로봇 아더를 연기한 마이클 쉰은 초록색 바지를 입은채 움직이는 레일식 기계 위에 무릎을 굽히고 앉은채 연기했다.